지난 2월 초 미국 워싱턴DC.도요타자동차의 로비스트 찰스 잉그는 막 시판된 '캠리 하이브리드 카'를 몰고 의사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가 차에 태운 사람은 에너지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미 의회 에너지위원회 핵심 간부.운전석을 내 준 찰스는 조수석에 앉아 그 간부가 드라이브를 즐기는 동안 도요타 하이브리드 카의 장점과 전략 등을 입이 마르도록 설명했다.

자동차 마니아로 렉서스 RX330을 타는 그 간부가 하이브리드 카에 관심을 보이자 이내 '좋은 딜러를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의 시사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가 8월호에서 소개한 도요타자동차의 대미(對美) 의회 로비 현장의 한 장면이다.

문예춘추는 도요타가 지난 10여년간 특별한 무역 장벽에 부딪치지 않고 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과 가격 우위 외에도 워싱턴에서의 불꽃 튀는 로비전에서 승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에 '도요타 의회 네트워크'로 불리는 우호 세력을 만들어 무역 규제 등의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등 일본 외무성 뺨치는 로비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

문예춘추에 따르면 도요타는 2002년부터 매년 9월 워싱턴에서 '플라이 인(Fly-in)'이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미국 전역의 도요타 관계사 간부들이 참석하는 이 행사는 미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펼치기 위한 2박3일간의 합숙 워크숍.행사에선 간부들에게 그 해 로비의 핵심 지침이 전달되고 외부 컨설턴트가 정치인들에게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 등도 가르친다.

마지막 날은 3~4명씩 짝을 지어 의회 내 정치인 사무실을 방문,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된다.

캘리포니아주가 모든 자동차회사에 2%를 무공해 차로 팔도록 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무공해 차 범위에 전기차 외에 도요타가 강점을 지닌 하이브리드 카를 포함시킨 것도 도요타 로비의 성과라고 문예춘추는 지적했다.

문예춘추는 또 도요타가 미국에서 생산 기지를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고 여러 주에 분산시킨 것도 로비를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최근 설립 계획을 밝힌 미시시피주 공장을 포함하면 미국에서만 모두 11개 주에 13개 사업장을 갖게 된다.

이들 주만 따져도 151명의 하원의원,21명의 상원의원,주지사 11명을 우호 세력으로 만든 셈이다.

미국의 빅3 중 하나인 포드는 최근 가동 중단한 공장을 빼면 사업장이 있는 주가 9개에 불과하다.

도요타는 올해도 미국 의회 로비를 강화하기 위해 로비 자금을 지난해 460만달러(약 44억원)에서 더 늘리고 정치활동위원회(PAC)도 만들어 선거 입후보자와 정당에 합법적으로 돈을 기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에 공식 등록된 도요타의 로비스트만 해도 7명,워싱턴 사무소 직원은 38명이다.

신현규 현대자동차 워싱턴 사무소장은 "현대자동차나 도요타자동차 등 수입자동차 회사들은 공동으로 로비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미 의회가 심의 중인 연비 향상 법안을 완화시키는 데 로비력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