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스테이크(230g)는 한국에서 2만1900원에 팔리지만 일본에선 1050엔(약 7875원,225g 기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판매가격은 본토인 미국(255g당 12.99달러,약 1만1820원)에 비해서도 배 가까이 비싸다.

스타벅스 커피점의 경우도 중간 크기 카푸치노가 일본에선 2800원인데 한국은 3800원으로 훨씬 더 비싸다.

똑같은 브랜드와 조리 매뉴얼,같은 식자재를 쓰는데 왜 이처럼 한국에서의 가격이 유독 비쌀까.

먹고 마시는 업종만이 아니다.

명동이나 강남 등 서울 도심지역에 있는 패션 점포나 헤어숍 등 유통·서비스업소의 판매가격도 해외 선진국들 뺨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인당 소득 등 경제력에서 일본이나 미국에 훨씬 못 미치는 한국이 외식을 비롯한 생활물가에서는 단연 세계 선두 수준을 달리고 있다.

생활물가의 상승세는 아직도 멈출 줄 모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보다 2.5% 오르는 데 그쳤지만,외식가격 등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2% 올라 두 달 연속 3%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내 외식비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르는 탓도 있지만,매출액의 20%를 넘나들 정도로 비싼 건물 임대료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외식업체들이 서울 도심지역에서 부담하는 임대료는 말 그대로 '살인적인' 수준이다.



가장 비싼 땅인 파스쿠치 서울 명동점(125평)의 임대료는 보증금 30억원,권리금 4억원,월세 1억2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이 점포의 월 매출을 2억원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한 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명동의 크리스피크림 도너츠(200평)가 보증금 40억원에 월세 5500만원,던킨도너츠(60평)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5200만원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태 이티앤제우스 회장은 "명동,강남 등 서울의 노른자위 상권에선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며 "업체가 버티기 위해선 결국 임대료로 들어간 비용을 음식값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과 권리금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라며 "월세만 놓고 보면 서울보다 비싼 도시가 많겠지만 거금이 들어가는 보증금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서울의 임대료 수준은 세계 5위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커피전문점 회사인 A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매출액 대비 임대료 비중이 각각 9%,15%인 데 비해 한국은 2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음료 브랜드인 스무디킹의 경우 미국 현지 점포들의 평균 임대료는 매출액 대비 8%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완 스무디킹 사장은 "만일 스무디킹을 현재 시점에서 들여온다고 가정하면 2002년과 비교해 3배 정도 비용이 더 들 것"이라며 "3,4년 사이에 임대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급등한 탓"이라고 말했다.

외식 체인회사들은 도심 점포의 높은 유지 비용을 전국 점포의 판매가에 똑같이 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체인점 형태의 외식업체들은 핵심 상권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지불하는 비용을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서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서울 명동의 점포나,그에 비해 임대료가 10분의 1도 안되는 춘천의 점포나 카페라테 톨 사이즈를 똑같이 3800원에 팔고 있다.

카페모카 톨 사이즈 역시 4300원으로 전국 판매가격이 동일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번화가의 값비싼 건물에 점포를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임대료가 훨씬 싼 도시 외곽과 지방 점포를 찾는 소비자들로부터 '뽑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의 경우 임대료 최고는 명동점이지만 영업이익면에서 최고 알짜 점포는 등촌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등 지방 매장도 항상 '톱 5' 안에 드는 수익성 좋은 매장이다.

이들 점포의 이용자들이 지불하는 스테이크값엔 명동에 들어가는 높은 임대료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대료는 신규 진입도 가로막는다.

일본의 최대 커피 제조 및 유통 업체인 UCC는 커피 전문점 브랜드인 '크레이톤'을 들여왔다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철수하기도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