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광인 K씨는 유명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이던 드라이버를 시중가보다 30% 싸게 구입했다.

그러나 연습장에 나가 휘둘러 보니 헤드 안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불량품이었다.

K씨는 환불을 받기 위해 사이트에 나와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지만 불통이었다.

오픈마켓 운영업체 역시 '제품에 대한 책임은 입점 판매자에게 있다'는 약관을 들어 환불을 거부했다.

이런 경우 지금은 K씨가 오픈마켓 운영업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길이 없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통신판매중개업자 책임 강화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K씨가 입은 피해를 오픈마켓이 대신 물어줘야 한다.

이에 따라 오픈마켓 운영업체는 지금까지 하지 않아도 됐던 입점 업체(업자) 관리에 적지 않은 자원을 투입해야 해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오픈마켓의 유통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급성장한 오픈마켓

2003년 8000억원 규모였던 오픈마켓 시장은 올해 연간 거래액이 6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세 번 이상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한 사람은 약 2100만명으로 한국 성인남녀의 80%가량이 오픈마켓에서 물품을 반복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마켓이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물건 값이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월등히 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픈마켓은 누구나 제한 없이 판매자로 등록해 경쟁하다 보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운영업체도 거래시스템을 개발해 장터만 열어 놓으면 실제 거래는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가 알아서 하도록 돼 있어 비용이 크게 먹히지 않는다.

현행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20조에 따라 '물품 하자에 대해 중개업자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미리 고지하면 거래 사고에 대한 책임도 모두 면할 수 있다.

오픈마켓 수수료가 1.5~7%에 불과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저가 유통구조에 변화 일 듯

문제는 입점업체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1만7673건이었던 오픈마켓 관련 소비자 불만은 매년 5000건 넘게 증가해 올해는 3만건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판매자가 물건을 판매한 뒤 뒷감당을 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공정위가 오픈마켓 운영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먹튀'형 판매자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는 오픈마켓 가격 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마켓 운영자가 입점 판매자의 신원을 하나하나 확인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연대 배상 책임을 지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판매 수수료 인상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또 운영자가 판매자를 선별적으로 입점시킬 수밖에 없어 다수 판매자들의 무한 경쟁으로 가격이 내려간다는 오픈마켓의 특성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반발 '불씨'로 남아

이처럼 오픈마켓의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법 개정안을 만드는데도 논의 과정에 업계 참여를 배제시킨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소법 개정 TF는 공정위 전자거래팀 실무자,소비자원 관계자,대학교수,소비자단체 임원 등으로 구성돼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구성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는 "오픈마켓 운영업체에 연대 책임을 부여해 판매자 관리에 나서도록 하면 검증된 업체만 선별적으로 입점시켜 높은 수수료율을 붙여 판매하는 백화점 홈쇼핑 등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며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