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파업 참가에 이어 지난주 임금 협상과 관련한 파업을 벌인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이번주에도 파업을 계속한다.

8일 기아차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는 지난 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10일과 11일,13일 주·야간조 각각 네 시간씩의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10일 주간조는 두 시간의 잔업까지 거부할 예정이며 13일에는 주·야간조 모두 잔업 거부에 나선다. 다만 9일과 12일에는 정상 조업을 하면서 사측과 교섭을 갖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가 이처럼 조업과 파업을 반복하는 '징검다리 파업'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회사 측에 전면 파업보다 더 큰 손실을 입힐 것이 우려된다. 또 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징검다리 파업' 더 치명적

징검다리 파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노조 측은 회사에 끼칠 손실을 최소화하고 성실 교섭에 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징검다리 파업이 전면 파업보다 회사 측에 더 큰 손실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불확실성은 이번 파업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기아차 노조는 이번주 파업과 정상 조업을 반복하는 것은 물론 파업의 강도와 파업을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이 매일 달라지도록 했다.

기아차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차라리 언제부터 언제까지 전면 파업한다고 하면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미리 생산량을 조절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처럼 징검다리 파업을 벌이면 물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생산라인 관리와 품질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한 완성차 업체의 생산직 근로자는 "한 번 멈춰선 생산라인을 다시 돌리려면 준비 작업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근로자들의 집중력 저하로 불량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10일의 경우 기아차 공장은 '4시간 가동→6시간 중단→2시간 가동→4시간 중단→4시간 가동'을 반복하게 된다.

차량 판매 측면에서는 수요를 미리 예측해 생산량을 정해 놓는 승용차보다 주문이 들어오면 비로소 생산을 시작하는 상용차 부문의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인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설령 생산을 시작한다 해도 언제쯤 제작을 끝내고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해 줄 수 있을지 약속할 수 없는 난처한 입장이 된다"고 말했다.


◆'파업절차 정당성 결여' 자인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노조의 징검다리 파업은 형식상 노사 간 대화를 하고 있다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측을 압박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협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행법상 노사 간 충분한 교섭을 진행한 후에도 의견 불일치가 있을 경우에 한해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노조가 파업과 교섭을 반복하는 것은 쟁의행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지도부 입장에서는 전면 파업에 비해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내부의 비판 여론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11일의 경우 노조는 주·야간조 모두 네 시간의 파업을 벌이면서도 정규 근무시간에 비해 1.5배의 수당을 받는 잔업은 정상적으로 할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가 이번주 파업을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한·미 FTA 반대 파업과 임금협상 파업에 따른 손해는 생산 차질 1만3248대,매출 손실 1946억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