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이 시장흐름을 상승 방향으로 되돌렸다.

20일 이동평균선이 깨지며 한때 조정 분위기가 감지됐으나 짧은 조정 끝에 재상승 기세다.

시장 에너지가 강하다고 하겠는데 한편으로는 현 국면에서 타이밍 잡기로 수익 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일텐데 현재로서는 고점을 높여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우선 수급상 선순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조정이 짧았던 것도 수급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종 간 수익률 갭 메우기 흐름도 긍정적이다.

과거와는 달리 주도주 탄력이 유지되는 가운데 소외주들이 분발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주도주였던 조선과 기계 해운 증권주 등은 7월 들어서만 10% 이상의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장기 소외 업종도 반등했다.

수급이 양호한 상황에서 업종 간 순환매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현 지수에 대해 투자 주체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된다.

최근 3개월간 한국 증시의 상승률은 27%로 중국을 앞선다.

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시장평균 12배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평균인 15배 수준에 못 미친다.

상승 속도가 빠를 뿐 한국시장이 고평가돼 있다고 볼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환율과 금리 유가 등 거시변수가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경계감이 높아져 있다.

사실 환율 하락에 대비해 주요 기업 대부분이 환헤지를 해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오히려 영업외수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아무튼 당장의 수익성 악화로는 이어지고 있지 않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의 최근 반등세가 하반기 실적 개선을 전제한 흐름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환율 하락은 주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장기 박스권을 탈피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만큼 시장 대응 방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장기 상승추세의 근본 요인이 글로벌 경기 회복과 장기성 자금의 증시 유입에 있다면 투자자로선 개별 주식보다는 추세를 사려고 노력해야 한다.

추세를 사는 데 있어 단기 변동성은 시장 참여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