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1천조원을 돌파하며 '시총 1천조원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4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각각 909조7천820억원, 104조3천740억원으로 양 시장을 합친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1천14조1천560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2.91포인트(1.82%) 급등한 1,838.41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다시 재개했고 코스닥지수도 7.31포인트(0.92%) 오른 804.02로 800선대에 다시 올라섰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1999년 12월22일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증시 호황이 본격화된 2005년 2월18일 5년 만에 500조원을 넘어서고 같은 해 9월과 12월에 600조원, 700조원을 차례로 돌파했다.

이후 지난해 숨고르기를 거쳐 올 들어 다시 시작된 지수의 사상 최고치 행진과 더불어 4월4일 800조원, 5월28일에는 900조원을 넘어선 후 불과 한달 남짓이 지난 이날 종가 기준 1천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또 지난 4월24일에는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 2006년 기준 848조) 규모를 추월했으며 5월말에는 미화로 1조달러를 돌파하는 등 전인미답의 고지를 잇따라 밟았다.

증시가 대세 상승을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 2003년 3월17일의 시가총액 242조6천340억원에 비해서는 4년여 만에 4배 이상 불어났으며 코스피지수는 당시 515.24에서 3.5배 가량 뛰었다.

다른 주요국 증시와 비교했을 때 시가총액 1천조원은 세계거래소연맹(WFE) 소속 51개 증시(5월말 기준) 중에서는 15위권 수준이다.

증시 전체 시가총액 증가와 함께 개별 종목들의 시가총액도 크게 늘어나 작년말 13개였던 '시총 10조클럽' 종목들은 20개로 최근 6개월간 7개가 늘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풍부한 유동성, 기업실적 개선 등이 올해 지수와 시가총액의 잇단 최고치 돌파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에 힘입어 조선, 기계업종 등 중국 관련주들이 선봉에서 시가총액 1천조원 시대를 선도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 1천조원의 빠른 돌파를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증시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확충된 결과"라고 평가하며 "시총 1천조원을 기준으로 할때 명목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118%로, 선진국 수준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동부증권 임동민 애널리스트도 "국내증시의 선진시장 도약 가능성에 힘입어 재평가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인한 금융시장 확대 전망과 증시 수급의 구조적인 변화 지속으로 돋보이는 강세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강세 요인들은 중장기적인 흐름에 있다고 판단돼 증시의 강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