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7개월만에 장중 92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수출과 증시 호조 등 국내 요인과 아시아 통화 절상 압력 등 해외 요인이 어우러지고 있어 원.달러 환율 900원대 붕괴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확대를 통한 수급 불균형 해소 노력과 함께 과도한 통화 절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아시아 국가간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환율 7개월만에 910원대로 하락 =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70원 떨어진 91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간 9.70원 급락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작년 12월7일의 913.80원 이후 7개월만에 910원대 종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4월 이후 석달간 920~940원 사이의 박스권에서 맴돌았지만 최근 수출과 주가가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010140] 약 12억달러와 현대중공업[009540] 7억8천400만달러, 현대미포조선[010620] 5억9천400만달러 등 조선업체의 대규모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 데 이어 지난달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달러화 매도 심리가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최근 1천800선까지 치솟은 점도 원화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 900원대 위협 전망..亞와 공조 노력 등 필요=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수급구조와 심리에 변화가 생기기 전에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환율이 전저점인 913원을 밑돌 경우 연내 800원대 진입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신한은행 홍승모 과장은 "최근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도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매물 압력으로 지지선인 925원이 밀리면서 하락 기대심리가 강화됐다"며 "원.달러 환율이 913원 아래로 떨어지면 옵션을 이용한 헤지 물량이 많은 910원과 900원, 880원 등이 차례로 붕괴되면서 급락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외국인 주식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급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지난달 4일 이후 지난 3일까지 한달간 약 3조6천억원(약 39억달러)의 주식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어 역송금 수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시장 참가자들이 장기적인 환율 하락 전망을 고수하고 있어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지적했다.

우리 당국이 국회의 견제 등으로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운 데다 집값 잡기를 위한 금리 정책을 우선시하고 있어 원화가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절상 압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해외투자 확대를 통한 수급 균형 유도는 물론 통화 절상이 심한 아시아 국가들과 연계한 외교적 노력도 요구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조선업체의 수주 소식이 들리면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전액 선매도할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달러화 매도에 나서는 등 환율의 장기적인 하락세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하다"며 "일본이 미국의 묵인하에 저금리라는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환율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