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 대해서는 시대를 종단하면서 냉소적인 것 같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는 성경구절도 그렇지만,기원전에 살았던 플라톤은 "대단히 부유하면서 선할 수는 없다"고 단정했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는 "한 사람의 부자가 있기 위해서는 500명의 가난한 자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부자들의 탐욕을 비판했다.

아직도 부자들을 대하는 세간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가진 것을 더 가지려 하고,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손가락질을 일삼는다.

부자들의 정당한 노력은 무시된 채,부를 쌓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측면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탓이다.

이러한 부자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세계 제2의 갑부인 워런 버핏(77)이 바꿔가고 있다.

주식투자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오마하의 현인''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버핏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그는 자신의 전 재산 중 85%나 되는 370억달러를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2년 전 작고한 부인 수전과 함께 만든 재단이 있는데도 빌 게이츠 재단이 규모가 더 크고 운영을 잘한다 해서 여기에 쾌척했다.

2000년부터 해마다 경매에 부쳐지는 '버핏과의 점심'도 나눔으로 기쁨을 찾자는 것인데 올해는 사상 최고 가격인 65만100달러에 낙찰됐다고 한다.

점심 한 끼 가격이 무려 6억원인 셈이다.

그는 이 돈을 무주택 극빈자를 구호하는 샌프란시스코의 글라이드 재단에 전액 기부한다.

'버핏과의 점심'은 불과 몇 만달러에 불과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미디어 제왕 루퍼드 머독의 점심경매와는 비교가 안 된다.

부자가 존경받기 힘들다는 통설을 여지없이 깨는 것 같다.

늘 버핏이 강조하는 말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부자가 되는 길과 부를 나누는 정신을 깨닫게 된다.

"날마다 읽고 배워라.서로 존중하라.자신이 믿고 존중하는 사람들과 어울려라.귀담아 들어라."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