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根沃 < 서울산업대 교수·경영학 >

지난 15일 노동부는 보험설계사,골프장경기보조원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수직 종사자) 보호 법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법안은 특수직 종사자들을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 신분으로 정의하고 노동관계법상 일정 수준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고 한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 특수직 종사자들도 정당한 대우를 받고 또한 그들의 권익이 보호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정부가 만든 이 법안이 오히려 그들의 권익을 더욱 침해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후생(厚生)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특수직 종사자들에게는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단체결성권과 협의권이 기본적으로 주어진다.

아울러 고용계약의 부당해지 제한이나 육아휴직 등의 혜택은 물론 산재보험,고용보험,국민연금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등 4대 사회보험도 부여된다.

문제는 이러한 혜택 부여가 보험회사 등 특수직 종사자를 주로 활용해 영업을 하는 기업에는 커다란 비용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추가된 고비용의 상당 부분을 상품의 가격에 포함해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이 법안 때문에 현재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의 저항이 거세면 해당 기업들은 가격인상 대신에 고비용의 특수직 종사자를 크게 감축하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의 경우에 영업을 잘하는 고수익 전문설계사는 그래도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다수 설계사들은 기여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급증하게 되므로 인원 감축의 주 타깃이 될 것은 너무나 자명(自明)하다.

결국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고안된 법안이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직업을 빼앗는 패러독스(paradox)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직업마저도 유지하지 못해 밖으로 내 몰리는 설계사들이 다른 직업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며 그 결과 우리 사회에 실업자는 더욱 양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특수직 종사자들에게도 노조 형식의 카르텔이 구성되고 그 결과 노동력 공급의 독점효과가 나타나면 반복적인 갈등 비용과 인건비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특수직 종사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기업의 추가비용 부담이 수용가능 범위 내에서 요구된다면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시대에 외국의 대형 기업들과 싸워야 하는 국내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성급히 이러한 비용을 과중하게 부담해야 한다면 이는 기업육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성장을 위해 투자될 자금이 '분배의 정의'라는 이름 아래 노동 관련 비용으로 빠르게 유출된다면 단기적으로는 노동자의 이익이 향상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해당 기업이 고비용으로 허덕이다 자멸하게 되고 그 결과 노동자는 직장을 잃게 된다면 이는 더 큰 낭패가 될 수밖에 없다.

보험산업의 경우 현 인원의 설계사에게 4대 사회보험과 노조관계법의 혜택을 부여한다면 연 3조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예상된다는 실증연구도 이미 나와 있다.

2006년도 보험업계 전체의 순이익이 3조원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 큰 규모의 비용이다.

통합 금융시대에 은행 증권과 경쟁하고 있는 보험사들에 매우 난감한 비용구조를 강요한다면 이는 결국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특수직 종사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법 제정은 국내의 경제 여건이 갖추어진 상황에서 이해(利害) 당사자의 이해(理解)와 공감대를 도출하면서 좀 더 신중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위 말하는 정치적 계산,혹은 무리한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해서 정부가 이 법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한다면 특수직 종사자의 권익 향상은커녕 오히려 그들의 이익을 침해함은 물론 소비자의 후생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한국보험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