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7만186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고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7월1일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함으로써 국민세금을 낭비하고 고용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간부문과 형평성 논란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7만186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결정,이들 비정규직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게 됐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주요 직종은 학교 조리원·조리사(식당 종사자)가 44.4%인 3만187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행정사무 보조원 7396명(10.3%),교무·과학실험 보조원 6595명(9.2%),학교 회계업무 담당자 3810명(5.3%) 등의 순이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정규직 전환에 따른 추가예산이 올해 151억원,내년엔 1306억원에 달한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1인당 연간 18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정부의 차별 시정 조치로 인해 하루아침에 월 평균 15만원 정도의 인상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초·중·고등학교 조리원의 경우 1인당 월 102만원에서 18만원(17%)이 오른 120만원을 받게 된다.

결국 이 돈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인력의 효율적인 배분을 외면하고 시장임금에 따라 형성된 고용질서를 정부 스스로 허물어 뜨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업무의 부가가치보다는 상시성과 지속성이란 측면만 강조해 결국 고용질서를 무너뜨리고 고용의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직무급체계와도 거리가 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식당 조리원의 경우 시장임금이 형성돼 있는데 민간기업 종사자는 저임금에 허덕이고 학교 조리원은 공공기관이란 이유만으로 임금이 많아질 경우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 앞둔 "정치적 의도" 의혹

정부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특수고용직보호법 입법추진 등 노사간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음으로써 이러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KTX 여승무원의 정규직 전환은 건설교통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부처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자산관리공사가 당초 계약직 90여명을 계약해지하려다 다시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정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자산관리업무를 보는 계약직 260명 중 대우채권과 5개 퇴출은행 채권을 처리하는 기금(부실채권정리기금)업무 담당자 90여명은 당초 올해 말까지만 채권을 처리하다 잔존 채권을 모두 정부에 반납하고 계약 해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2012년까지 5년간 기금업무를 연장,다시 계약기간이 늘어난 상태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이들 역시 처음 채용목적이 기금업무였기 때문에 상시직으로 볼 수 없어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가 "기관 요구를 수용키로 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정규직 전환에 빠진 직종들

공공부문 기간제근로자 20만6742명 가운데 34.8%인 7만186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는 2년 이상 기간제근로자 9만4122명 중 76.3%에 해당되며 2년 미만 근속자 11만2620명은 모두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2년 이상 근속자의 경우에도 운동코치,방과후강사,시간강사,산불감시원,방역소독원 등 일시,간헐적 업무이거나 고령자 등 2만2261명은 정규직 전환에서 빠졌다.

이번에 무기계약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근속기간 2년 미만 기간제근로자에 대해서는 내년 6월 2차대책 때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