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헌법이랄 수 있는 경국대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혼인 나이가 정해져 있었다.

남자는 15세,여자는 14세 이상이었다.

후에 한 살씩 낮췄다가 결국에는 나이 제한을 없애 버렸다.

가계(家系)를 잇고자 하는 부모의 열망이 자녀들의 나이를 기다려 주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사실 조혼은 부여 고구려 등의 민며느리나 데릴사위제도와 맥이 닿아 있다.

왕족과 귀족 사이에서도 조혼은 일반화 된 풍습이었다.

이 조혼풍습은 고려때 원나라가 처녀들을 조공으로 요구하면서 더욱 확산되어 갔다.

그런데 조혼의 경우엔 여자의 나이가 남자의 나이보다 많았다.

남자집안의 입장에선 일손을 하나 얻는 것이고,여자집안은 부양가족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다.

물론 가난한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조혼사회에서 유행했던 '연상녀 연하남'의 결혼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는 이러한 추세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데,미혼 남성직장인 중 28%가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드메 신드롬'이다.

드메는 19세기 초,파리에서 연상의 여성에게만 사랑을 고백하고 다녔던 프랑스 청년의 이름이다.

이처럼 연상의 배우자를 희망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데다 경제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들이 전문직 등에 종사하는 당찬 여성에게서 모성애를 느끼는 것도 드메 신드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나이 든 남성이 어린 여자에게 열광하는 '롤리타 신드롬'과는 전혀 반대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성이 여성을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의식은 허상으로 남겨지는 것 같다.

배우자의 나이는 숫자일 뿐 자기 감성에 충실하고 주체성을 가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흔히 잘된 결혼은 날개가 돋고 잘못한 결혼은 족쇄에 묶인다는데,아직은 생소한 드메 신드롬이 성공적인 결혼을 약속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