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모두 홀로서기 ‥ 19일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 내려

결국 일장춘몽이었고 한줄기 스쳐가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제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

통쾌한 복수극이나 짜릿한 권선징악은 없었다.

그러나 삶은 그 자체로 주인공들에게 반성과 치유의 시간이 된다.

화제의 불륜 드라마 SBS '내 남자의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38.7%(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며 19일 막을 내렸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40% 벽도 돌파, 각각 40.5%와 40.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관심을 모았던 결말은 화영(김희애 분)ㆍ지수(배종옥)ㆍ준표(김상중) 등 주인공 3인방이 결국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4부작으로 기획된 '내 남자의 여자'는 방송 6회만에 전국 가구 시청률 20%를 돌파한데 이어 17회때부터는 30%를 넘어서며 시종 상승 곡선을 그렸다.

둘도 없는 친구의 남편을 빼앗는 가장 악질적인 불륜을 소재로 한 '내 남자의 여자'는 1회부터 불륜이 드러나는 등 기존 불륜 드라마의 공식을 깨는 파격을 감행하며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드라마는 이후 불륜의 가해자와 피해자인 화영, 지수, 준표 등 주인공 3인방의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내는 것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특이한 전개를 보였다.

별다른 사건 없이도 인물 간의 감정의 교감과 복잡다단한 속내를 손에 잡힐 듯 포착하며 24부 내내 흐트러짐 없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마지막회에서 '돌 맞아 죽을 불륜'에 빠졌던 준표와 화영은 1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23회에서 준표의 사랑에 대해 "비겁하다"고 비난했던 화영은 결국 결별을 선언하고, 가정을 버리고 화영을 택했던 준표는 이에 절규한다.

그러나 화영은 지난 1년이 마치 '한여름밤의 꿈'이었던 듯 매몰차게 돌아서 미국으로 가버린다.

이에 준표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지수는 그런 준표에게 "지금 이대로가 좋다"며 재결합을 거부한다.

한편 지수와 석준(이종원)의 관계는 지수의 아들 경민이 석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마무리돼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불륜을 미화하지도 않았지만 돌을 던지지도 않았던 김수현 작가는 결국 결말에서도 가해자들을 죽음이나 처참한 파멸로 몰고가지는 않았지만 불륜의 달콤함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나름의 형벌을 내렸다.

동시에 불륜의 피해자인 조강지처가 남보란 듯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연하의 남자와 새출발을 하는 것으로 '보상' 받는 판타지를 심어주지도 않았다.

대신 지수가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자기 일을 찾으며 담담히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신은 견딜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주며 그것이 인생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처럼 탄탄한 스토리는 배우들의 고른 호연과 만나 더욱 강렬한 빛을 발했다.

김희애와 배종옥이 기존 이미지를 전복하는 변신을 꾀하며 열연을 펼쳤고 김상중은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유약한 지식인을 사실감 있게 그렸다.

또 하유미와 김병세는 세 주인공들과는 또다른 감칠맛으로 극의 강약을 조절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