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계적인 도시를 가 보면 그 위상에 걸맞는 상징적인 건축물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건축물 하나가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우리 공공건축 분야 역시 시대흐름에 맞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 정부기관이 선정하는 '이달의 건축문화환경' 수상작을 보면 그 변화의 진폭을 알 수 있습니다. 권영훈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강하류 양화대교 남단의 작은 섬인 선유도. 선유도는 전체가 공원으로 과거 정수장에서 지금은 하루 방문객 5천명. 연간 2백만명이 다녀가는 도시민의 안식처로 자리잡았습니다. 정수장 물을 담아뒀던 침전지는 수질정화원으로 바뀌어 미나리와 갈대 등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한 정원과 놀이와 문화, 교육기능을 고루 갖춘 선유도 공원은 한강 생태회복을 위한 하나의 시도인 셈입니다. 선유도 공원은 이런 노력의 산물로 지난 2006년 4월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의 '이달의 건축문화환경' 첫 선정작에 올랐습니다. [인터뷰]정영선 / 서안 대표 · 기술사 "기존 산업시설을 가능한 한 재활용하자. 교육공간이든 정원이든, 주제정원이든간에 재활용해서 쓸 수 있게 하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공원설계에 임했고, 이 공원에 사람들이 왔을 때 자연이 치유되어 나가는 것 처럼 사람의 마음도 자연에게서 치유되고 편안해지고 감성적으로 풍부해지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란다" 공공건축물의 변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전라북도 무주군. 반딧불 축제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달라진 군청사와 공설운동장, 농업인 회관 등 공공건축물을 보러오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무주군 공공건축물이 건축사적 의미를 지닌 데에는 한 건축가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군청사를 리노베이션하면서 뒷마당에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이 공간을 군민들에게 돌려준 점. 주변에 검은천으로 가린 인삼밭 모양을 본 떠 만든 무주공설 납골당과 흙빛 벽으로 치장한 무주 농민의 집. 등나무를 이용해 천연의 지붕을 만든 옛 무주공설 운동장 등 건축가의 군민을 위한 배려가 반드시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건축가는 무주군에서 10년간 30여채 공공시설을 지으면서 바람직한 공공건축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합니다. [인터뷰]정기용 / 도시건축 소속 · 성균관대 석좌교수 "잘못된 관행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나. 첫째로 제도와 관행의 수술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감사원의 눈치를 보고 작업을 하지 주민이나 군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 어떤 방식으로든 수정해야 하고 둘째로 공공건축도 전문분야가 되어야 하고 공공건축가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고 세번째로 공공건축을 에워싸고 있는 수많은 교수들. 전문가들이 수준높게 자기반성을 하고 체질개선도 해야 한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건축을 부동산으로 보지 않고 우리나라를 새롭게 개선시킬 선진국으로 참여시킬 문화로 건축을 바라보는 습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 브릿지] 시공을 넘나드는 명품 건축물. 명품 도시를 만드는 일 만큼이나 우리의 전통을 담은 건축양식을 보존하는 일 또한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한옥 658동. 1,350세대가 모여사는 곳. 전주 한옥마을은 전국적으로 도심한가운데 전통이 보존된 유일한 곳입니다. 마을 주변 태조 이성계의 영정이 봉안된 경기전. 옛 교육시설인 전주향교 등도 전통이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이달의 건축문화환경'으로 선정된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시만의 보물이 아닙니다. [인터뷰]송하진 / 전주시장 "대부분 사찰이나 문화유적으로써 한옥을 의미하지만 전주는 우리 백성들이 살아있던 그 현장. 살아있는 한옥문화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7백여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 산업화과정에서도 전주만큼은 굳건히 지키고 왔다는 점이 큰 의미. 주민들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만 신경쓰고 아파트를 짓는 데 몇개 동의 군락을 이루며 한옥의 형태를 갖고 있다는 점은 전주한옥을 세계인들이 찾는 이유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도 대표성을 띤 건축물이 있습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인근에 위치한 김옥길기념관은 김옥길 전 이화여대 총장을 기념해 동생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만든 기념관입니다. 99년 완공된 이 건물은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성과의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사다리꼴 평면안에 다섯개의 노출 콘크리트 벽이 외벽인 동시에 담장으로 건축학적 특이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 인근 장충동에 붉은 색의 부식된 철로 외벽을 마감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종합광고대행사인 웰커뮤니케이션즈 본사. 건물이 네 개로 분리돼 건물사이의 공간을 도시민에 내주려는 건축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는 '선유도 공원'을 시작으로 최근 '밀알학교'까지 15개의 '이달의 건축문화환경'을 선정했습니다. [인터뷰]김진애 /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장 "우리 도시민들이 갖고 있는 아쉬움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자랑할 꺼리도 많지 않고 한국적이지 못하는 이런 도시건축에 대한 불만이 있다. 이것을 푸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좋은 환경. 좋은 건축이 있다. 이런 보석들을 찾아내서 가꾸는 게 한가지인데 이는 좋은 건축물을 인정하고 다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한가지다. 또 한가지는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화려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특히, 앞으로의 세대 우리 어린이들이 어떻게 이것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생각하면 좋은 건축. 좋은 도시가 나올 것이다" 국민 모두가 건축을 부동산이 아닌 문화로 인식하게 될 때. 옛 것과 새로운 것을 막론하고 우리 건축과 도시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WOWTV NEWS 권영훈입니다. 권영훈기자 yhkw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