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계열 뉴코아백화점 노조는 사흘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이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캐시어 등 기존 계약직 근로자들을 용역직으로 전환,근로조건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며 극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이 오히려 역효과를 빚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는 19일 50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주6일 36시간에서 주5일 40시간으로 근무체계를 바꾸고 평균 급여를 20% 올려주기로 했지만 일부 계약직 사원들이 반발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 하루 8시간 얽매이는 것보다 6시간 일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더 많은 시간을 취미생활에 할애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보호법 강행은 기업은 물론 일부 해당 근로자들로부터도 반발과 부작용을 낳는 등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막대한 인건비 추가 부담 △정년 보장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졌을 경우 신축적인 인력 수급 조정 등 고용 유연성 장치 상실 △막대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노조에 가세할 경우의 노무관리 어려움 등 첩첩의 부담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민하는 기업들

신세계의 경우 이번 정규직 전환 조치로 인해 연간 15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대다수 기업들은 이 같은 인건비 부담 문제와 함께 향후 경영 상황에 따른 신축적인 인력 조정이 어려워지는 등의 이유로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전체 직원 6000여명 중 비정규 직원의 20%인 1200여명에 대해 이달 말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선에서 대응 방안을 노동조합과 합의한다는 원칙만 세워 놓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법안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정규직의 3분의 1에 가까운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일정부분 비정규직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규직(1만6000명)의 거의 절반인 7300명을 계약직으로 쓰고 있는 또 다른 대형 금융회사 관계자도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은 계약직을 2년마다 바꾸거나 정년인 58세까지 쓰는 것이지만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바꿔 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신세계 등 초우량 기업 몇 곳만 법대로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뿐 다른 대부분 기업들은 4대 보험에 퇴직금까지 그대로 부담하면서 견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비정규직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계약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박탈하는 역효과가 곳곳에서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 더 위협받을 수도

일단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면 실적 진폭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조정할 수 있는 고용 유연성 장치가 사라진다는 게 기업들엔 더 큰 부담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 전환 이후 인력 수급의 안전장치 확보 차원에서 신입사원 채용 축소와 부서 통폐합,인사고과 강화를 통한 상시 구조조정 체제 가동 등의 '비상 대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기업 인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비정규직은 생산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대신 덜 받고 매년 근로계약 갱신 방식으로 일자리를 보장받았지만,정규직 전환 강제로 인해 생산성과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나 직원은 완전한 일자리 상실 사태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무관리도 기업들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안그래도 강성 노조에 압박을 받아온 금융·유통업계에서는 수천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정규직화해서 노조에 가세할 경우 노무관리 비용이 폭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코아가 용역직 전환이라는 '비상 수단'을 쓴 데는 인건비 부담 해결과 함께 노조에 대한 경계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수/박동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