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元 賢 洙 코오롱건설 대표 hswon@kolon.com >

한반도가 분단된 지도 60년이 넘어서고 있다.

삼국시대 이래 가장 오랜 분단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종교적,정치적 이유 등으로 분단의 아픔이 지속되는 곳이 있다.

종교 갈등으로 갈라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2차대전 종결 과정에서 빚어진 중국과 대만의 분단 등.하지만 20세기 들어 기존 분단국들은 속속 평화나 전쟁을 통해 통합을 이루고 있다.

남북 베트남에 이어 남북 예멘,동·서독의 통일이 줄을 이었다.

인위적인 분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형태로든 통합의 길을 걷게 마련임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분단은 처음에는 헤어진 가족들의 아픔처럼 통합에 대해 절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고착화되면 분단을 당연시하고 통합에 대한 득실을 따지게 된다.

특히 형편이 나은 쪽에서 찬반 논쟁이 가열되는 게 역사의 경험이다.

지금 살아가는데 아쉬울 게 없는데 통합 비용만 분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단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은 이미 치르고 있다.

남북 모두 세계를 향해 투자해야 할 여력을 남북 대립관계에 쏟아 붓고 있고,주변 정세를 둘러보아도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남과 북 서로 우호관계에 있는 주변국들의 도움이나 협조를 얻어야 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아무리 힘있는 강국이라도 국제적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웃나라들로부터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남북한은 비정상적인 대치국면이 너무나 오래 지속되다 보니 통합을 위한 국제적 지지를 얻으려면 향후 해당국들에 예상치 못한 반대급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19세기 독일 통일을 이끌었던 비스마르크는 "세계는 외교적 술사로 웃는 낯이지만,속으로는 처절하게 자국의 이득을 찾는데 혈안"이라고 당시의 국제적 현실을 꿰뚫은 발언으로 유명하다.

이 말은 130년이 지난 지금 더 설득력이 높아간다.

남북 모두 서로를 견제하고 대립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와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생각할 때,우리의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밖에서는 서로 타협하고 상생할 줄 모르는 민족이라고 우리를 폄하하고 있을 수도 있다.

세계에서 몇 안되는 분단 사례에 우리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면 자존심 상할 일이다.

과거 분단의 역사적 배경을 거론해봐야 더 큰 반성이 있을 뿐이다.

분단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상대를 굴복시켜 내 안에 들어오도록 하거나,서로 양보하고 큰 목표를 향해 단계적,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6·25처럼 전쟁을 통한 방식은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뿐임을 피의 역사에서 배웠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남북이 선택해야 할 방법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