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하자 국내 기업 못지않게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를 맞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현지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시행 초기인 내년엔 8000억원,2010년에는 1조7000억원 등 엄청난 돈이 요양시설 확충 및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입될 것이란 기대의 반영이다.

여기다 2~3년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부유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도 분명 매력으로 작용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미국계 OSL사가 강원 춘천에 대규모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려던 계획이 대표적 예다.

OSL사는 1조6000억원을 투자,55만평의 거대한 부지에 시니어층을 위한 전용 주택과 기반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강원도 미래기획과 관계자는 "오는 11월 시니어타운 조성사업에 대한 타당성 연구 결과가 나오면 재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이다.

도쿄 인근에서 유료 노인홈(실버타운) 두 곳을 운영 중인 재팬토털라이프는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에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올 4월 관련 법이 제정되자 신한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 등과 접촉하며 중산층용 시니어타운과 요양시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지사를 법인화한 후 2009년 10월께 인천에 800여명이 입주할 수 있는 시니어 빌리지를 완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기존 고급 실버타운보다 다소 저렴한 비용을 내세워 은퇴자들을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실버타운 안엔 자립생활이 가능한 부부나 독신자를 위한 아파트를 비롯해 간병 서비스가 제공되는 노인용 시설 등을 다양하게 배치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퇴직 후 한번 입주하면 간병이 필요한 시기까지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경북 문경 등지에도 요양시설 설립을 검토 중이다.

히사시 노부미치 대표는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해 한국인들을 지난해 일본 현지에서 연수시켰다"며 "사회공헌을 희망하는 기업과 3 대 7의 비율로 투자하는 조건으로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실버용품 1위 업체인 프랑스베드는 이미 한국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1월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이 회사는 그해 9월 서울 역삼동에 직영매장을 낸 데 이어 올 2월에는 롯데백화점 관악점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역삼점에서는 환자 간병용 침대,휠체어,욕조,변기,욕창 방지 패드,지팡이 등 170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잠옷 침구 지팡이 등 20%가량은 한국 기업에서 아웃소싱하지만 나머지는 일본 중국 동남아 대만 유럽 등지에서 들여온 제품이다.

특히 국내 영세기업들은 엄두도 못 내는 간병용 침대 등 고가 제품의 렌털시장을 장악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임기준 한국프랑스베드 과장은 "실버용품은 선진국일수록 렌털을 선호한다"며 "아직까지 시장이 본격 형성되지 않았지만 매출액이 20∼30%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버사업을 하려는 국내 업체를 겨냥한 일본계 컨설팅 업체도 등장했다.

지난해 4월 일본 최대 시니어 컨설팅 업체인 시니어커뮤니케이션이 34%의 지분을 출자,KPR와 공동으로 시니어파트너즈를 설립했다.

실버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을 위한 시장조사 및 컨설팅이 전공이며,현재 36건의 조사와 4건의 컨설팅을 완료했다고 성병철 대표는 전했다.

이 회사가 운영 중인 온라인 커뮤니티(www.thesenior.co.kr)는 50세 이상 회원이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고운세상피부과가 준비 중인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비롯해 총 6건의 신제품을 탄생시켰다.

박창형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고령화산업팀장은 "일본은 한국과 정서적 신체적으로 유사하고 섬세한 기질을 가져 국내에 진출하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실버용품 분야에서는 영세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포진해있고 시니어타운 분야에서는 경험이 축적되지 않아 일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