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수익의 70%는 삼성전자가 거둬들인다.

또 삼성전자 수익의 70%가량은 반도체사업에서 나온다.

결국 반도체가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올해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반도체가격 폭락 때문이다.

반도체 시황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6월에는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고정거래가격은 또 다시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경기호전을 낙관하는 쪽은 올해 삼성전자의 수익이 7조∼8조원,비관하는 이들은 5조∼6조원을 각각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스스로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삼성전자 IR팀장인 주우식 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올해 실적은 반도체 시황의 회복 정도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 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3분기에는 1조5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게 내부 분석"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올해 전체 실적은 영업이익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순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영업익 1조5000억원만 해도 선방"

주 부사장은 2분기 실적과 관련,"D램 때문에 1분기보다 나아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2분기 1조원 이하의 영업이익' 가능성에 어느 정도 동의한 셈이다.

그는 "1분기 40%가량 가격이 떨어졌던 낸드플래시는 최근 20% 이상의 이익률을 올리며 회복되고 있다"며 "하지만 D램 값은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사업부문 실적과 관련해서는 "예년에 견줄 만큼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대폰의 경우 모토로라가 부진한 틈을 타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고,디지털TV는 이익률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LCD패널도 2분기에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이익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 부사장은 이에 따라 3분기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 1,2분기에 비해서는 개선된 것이지만 역대 3분기 영업이익(지난해 1조8500억원,2005년 2조13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연간 순이익은 7조원 이상"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매출 목표를 지난해(57조4600억원) 대비 8% 늘어난 63조6000억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11%의 이익률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는 6조9000억∼7조원 사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2분기 마감을 20일 남겨둔 현재 이 같은 목표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1분기(1조1800억원)와 2분기 전망치(1조원 미만),3분기 추정치(1조5000억원)를 합하더라도 영업이익 4조원을 못 넘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주 부사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국내 기준 연간 영업이익이 반도체의 부진 탓에 5조∼6조원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간 순이익은 7조원 이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TV의 경우 90%가량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휴대폰도 해외생산·판매 비중이 50%에 육박한다"는 점을 들었다.

반도체의 부진으로 국내 기준 실적은 나쁘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창출에 따른 지분법 평가이익이 반영돼 순이익은 지난해 수준(7조93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지난 1분기 디지털미디어(DM) 사업부는 국내 기준으로 355억원 적자였지만 해외연결기준으로는 2000억원의 흑자를 내면서,회사 전체적으로 순이익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을 보이는 데 기여했다.


◆"반도체는 내년에도 고민된다"

주 부사장은 하반기 반도체 시황에 대해선 낙관적으로 봤지만 "반도체 시장이 예전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하나로 막대한 초과이윤을 올렸는데 이런 구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낸드플래시 호황,2006년 D램 호황 등을 통해 삼성전자가 많은 '재미'를 봤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주 부사장은 "최근 D램 시장이 이렇게 좋아지지 않은 것은 D램 업체들이 일제히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내년 초 일부 업체들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200mm 웨이퍼 공정을 줄이면서 공급이 지금보다는 줄어들겠지만,장기적으로 볼 때 지난해까지와 같은 이익률을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 발전에 비해 신규시장 창출이 더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16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내놨는데 시장은 여전히 8기가비트를 사용하는 제품이 대부분"이라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만들면 시장에서 이를 수용할 제품개발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 부사장은 이에 따라 "반도체기술의 차별화가 언제까지 시장우위를 확보하게 해줄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명/유창재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