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이 최장 20년까지 연장되는 서울시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이 강남권 요지 및 도심역세권 등 이른바 '직주근접(職住近接)형' 입지에 잇따라 공급된다. 주상복합 건물에도 들어서는 등 장기전세주택의 형태도 다양화된다. 주택의 개념을 투자대상에서 주거대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이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서울시는 11일 경부고속도로 양재인터체인지 주변인 서초구 양재동 6570평 규모의 부지에 400가구 안팎의 26~45평형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곳은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신세계 이마트,농협 하나로클럽 등 대형마트와 양재 시민의 숲 등이 위치해 있는 지역이다. 또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차로 20~30분,명동 등 서울도심으로는 40~5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출.퇴근도 편리하다.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통상 공정이 80% 이상 진행된 이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입주자 모집은 2009년이 돼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 관계자는 "최근 공급됐던 장지.발산지구의 경우처럼 주변 시세의 50~60% 정도까지 가격이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주변의 80% 수준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강남 요지에 장기전세주택이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변 서초지역 30평형대의 전세가는 현재 3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서울시는 또 도심 역세권에 주상복합형 장기전세주택도 공급하기로 했다. 왕십리뉴타운 내 성동구 하황십리동286-139 외 3필지에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로 지어지는 주상복합 건물에 장기전세주택 69가구를 공급키로 한 것.

이 장기전세주택은 16~52평형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소형평수인 16평형과 19평형은 신혼부부 등에게 우선공급하고 37평형과 52평형짜리는 청약예금 가입자에게 공급할 방침이다.

전세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평형에 따라 △16,19평형은 주변 시세의 60% 안팎 △37평형 70~75% △52평형은 80% 등으로 차별화될 전망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위치한 청계벽산아파트의 경우 30평형대의 전세가가 2억원 수준이다. 특히 왕십리뉴타운의 주상복합형 장기전세주택은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왕십리역과 2호선 상왕십리역이 걸어서 5분 거리의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정책방향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을 투자의 대상이 아닌 거주의 대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노력"이라는 평가와 함께 "분양아파트를 공급해야 할 요지에 전세주택을 지으면 집값 안정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주택공사가 공급해 온 기존의 임대주택이 서울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주로 지어져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며 "서울시가 잡은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사업시행 초기단계여서 시장안정에 효과가 있을지 여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