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지금 개혁 중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교육시스템을 철저히 뜯어고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나에게 '텐배거'(이상직 지음,한경BP)는 많은 영감을 준다.

'텐배거'는 묵직한 책이다.

'10배 성장전략'을 화두로 삼고 있는 이 책은 개인과 기업,그리고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는 2002년 외국계 투기자본의 한국증시 교란을 막고자 국내 기관투자가 등을 찾아다니며 SK주식에 투자할 펀드를 결성하려 노력한 당사자.그런 만큼 저자의 텐배거(10배 성장) 전략은 여러모로 귀를 기울일 만하다.

특히 이 책은 '2050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그 화두로 삼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대한민국이 2050년 1인당 GNP 8만1462달러로 세계 2위에 올라서 미국을 제외한 G7국가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텐배거'는 이를 전하면서 '대한민국만 믿지 않는 대한민국의 텐배거(10배 성장)'라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서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같은 이유로 성장동력의 부재,즉 텐배거 전략의 부재를 꼽는다.

국가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성장동력,즉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성장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10년 후를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인재육성책'을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하향 평준화를 이끌고 있는 교육제도의 혁신을 제기한다.

맞는 말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이끌고 갈 중요한 화두이다.

교육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결국 우리나라는 도토리 키재기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국가적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과감히 10배 성장을 외치는 저자의 텐배거론은 때론 무모한 듯 여겨지지만 대체로 귀담아 들을 만하다.

동아시아 금융 허브나 연기금 개혁에 대한 논의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제안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국가적 성장론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나 기업의 텐배거 전략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투자 전문가인 저자가 투자시장의 맥을 진솔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부분의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결국 국가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노력하는 개인이나 경쟁하는 기업이 빛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텐배거(ten bagger·10루타)'라는 단어 풀이를 해야 할 듯싶다.

실제 야구 경기에 쓰이는 용어는 아니고 대박종목을 뜻하는 증권가의 용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교훈 삼아 투자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충분히 '10루타=10배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텐배거'라는 용어를 빌려쓴 이유도 거기에 있다.

283쪽,1만1500원.

김언수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