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세를 분출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가가 뒷걸음질치며 강세장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소외 종목들도 적지 않다.

업종별 실적 차별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수급 쏠림이 가세하면서 오르는 종목만 계속 오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수익률 양극화 심화 =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유가증권시장의 업종별 월간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기계와 운수장비, 화학업종은 매월 코스피지수 등락률을 웃도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신과 전기.전자업종은 5개월 내내 한번도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부진을 이어갔다.

이처럼 업종별 순환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오르는 업종만 계속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업종별 수익률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올해 들어 업종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기계업종은 지난 1일 업종지수가 작년말 대비 무려 76.14%나 급등한 반면 통신업종은 작년말 대비 4.72% 후퇴하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1월말까지만 해도 작년말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철강.금속업종과 가장 낮았던 의료정밀업종의 수익률 격차가 20.19%포인트에 불과했으나 현재 수익률 최상하위 업종간의 격차는 8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이에 따라 초활황 장세에서도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이 쉽게 눈에 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9.64% 급등하는 동안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857개(거래정지 종목 제외) 가운데 161개는 작년말보다 주가가 후퇴했다.

다섯 종목 중 한 종목꼴이다.

특히 개인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최고치 경신 장세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은 매우 낮은 상태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중 작년말을 기준으로 실질 주주수 상위 5개 종목인 하이닉스, 삼성전자, 한국전력, KT&G, 현대차 가운데 KT&G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이 모두 올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 양극화 원인은 '실적'..유통주식 품귀현상도 일조 = 이처럼 업종별.종목별 수익률 양극화가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보다 실적이다.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던 조선.기계업종 등은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지난해 부진했던 전기전자업종은 올해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은 형편이다.

동부증권 임동민 애널리스트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조선.기계업종이 나날이 오르고 어닝 쇼크를 기록한 전기전자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실적을 토대로 한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수급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면서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주가상승률이 높은 기계, 운수창고 등 상위 5개 업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은 작년보다 평균 25.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전기전자, 통신 등 주가상승률 하위 5개 업종의 EPS 증가율 전망치는 11.7%에 그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 김대열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상승할수록 가격 부담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대형 우량주 중심의 주가 차별화의 한편에는 '유통주식의 퇴장효과'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긍정적인 증시 전망 속에 대형 우량주들에 대한 장기투자 수요가 늘면서 유통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이같은 종목들의 주가가 더욱 탄력적으로 움직이게 됐다는 것.
김 애널리스트는 주도주체의 자금력과 종목별 실적 및 업황에 따라 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대우증권도 하반기 증시 전망에서 "상반기 경험했던 섹터.업종간 극심한 차별화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임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가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조정 국면에서는 소외된 종목들의 주가 하방경직성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소외됐던 업종과 종목이 부각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고미혜 기자 hojun@yna.co.kr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