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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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뻤다.
원래 저렇게 아름다웠나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여전히 눈부셨다.
상패와 상장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저 배우가 우리가 알던 그 배우 맞나 싶었다.
상(賞)의 힘이란 게 워낙 놀라워서 시상대에 선 사람치고 못나 보이는 사람은 없지만 칸 무대에 오른 전도연씨의 얼굴은 진짜 태양처럼 빛났다.
배우 전도연.1973년 2월생이니까 만으로 쳐도 서른네 살이 넘었다.
90년 존슨&존슨 광고로 데뷔,95년 TV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할 때까지 그는 수수한 얼굴의 보통 배우였다.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것 빼곤 극히 평범한 외모 탓인지 TV에선 "글쎄" 싶던 그가 눈에 확 띈 것은 98년 영화 '약속'에서였다.
깡패두목(박신양)을 사랑하는 의사로 출연한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못해 천연덕스러웠다.
다음해엔 영화 '해피 엔드'의 바람난 30대 유부녀와 '내 마음의 풍금' 속 17살 촌스러운 시골소녀를 감쪽같이 소화했다.
'약속'과 '해피 엔드' 둘 다 흥행에 성공한 만큼 톱스타로 무게를 잡을 만한데도 그는 배역을 가리지 않고 자기 영역을 넓혔다.
2002년 서른줄에 들어서면서 그의 보폭은 더욱 넓어졌다.
TV드라마 '별을 쏘다'에선 난독증 연하남을 배우로 키우는 연상녀,'프라하의 연인'에선 대통령 딸이자 똑 부러진 외교관으로 나오더니 영화 '너는 내운명'에선 에이즈에 걸린 다방종업원 역할을 맡아 관객을 눈물바다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밀양'에서 남편과 아이를 잃고 절규하는 여인의 처절한 내면을 연기,'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이라는 영예를 거머쥐었다.
말로는 "연기로 승부하겠다"면서도 실제론 작품보다 광고에 주목,예쁜 역할에 매달리기 일쑤인 젊은 여배우들 틈에서 그는 그저 열심히 일했다.
"돈을 버리니 명예가 왔다"는 그의 말이 연예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섰으면 싶은 마음 간절하다.
칸에 가기 전 관객 동원에 실패했던 '밀양'이 '칸 여우주연상 수상자 전도연 파워'에 힘입어 할리우드 대작 '캐리비안의 해적' '슈렉'과 맞붙어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원래 저렇게 아름다웠나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여전히 눈부셨다.
상패와 상장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저 배우가 우리가 알던 그 배우 맞나 싶었다.
상(賞)의 힘이란 게 워낙 놀라워서 시상대에 선 사람치고 못나 보이는 사람은 없지만 칸 무대에 오른 전도연씨의 얼굴은 진짜 태양처럼 빛났다.
배우 전도연.1973년 2월생이니까 만으로 쳐도 서른네 살이 넘었다.
90년 존슨&존슨 광고로 데뷔,95년 TV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 출연할 때까지 그는 수수한 얼굴의 보통 배우였다.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것 빼곤 극히 평범한 외모 탓인지 TV에선 "글쎄" 싶던 그가 눈에 확 띈 것은 98년 영화 '약속'에서였다.
깡패두목(박신양)을 사랑하는 의사로 출연한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못해 천연덕스러웠다.
다음해엔 영화 '해피 엔드'의 바람난 30대 유부녀와 '내 마음의 풍금' 속 17살 촌스러운 시골소녀를 감쪽같이 소화했다.
'약속'과 '해피 엔드' 둘 다 흥행에 성공한 만큼 톱스타로 무게를 잡을 만한데도 그는 배역을 가리지 않고 자기 영역을 넓혔다.
2002년 서른줄에 들어서면서 그의 보폭은 더욱 넓어졌다.
TV드라마 '별을 쏘다'에선 난독증 연하남을 배우로 키우는 연상녀,'프라하의 연인'에선 대통령 딸이자 똑 부러진 외교관으로 나오더니 영화 '너는 내운명'에선 에이즈에 걸린 다방종업원 역할을 맡아 관객을 눈물바다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밀양'에서 남편과 아이를 잃고 절규하는 여인의 처절한 내면을 연기,'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이라는 영예를 거머쥐었다.
말로는 "연기로 승부하겠다"면서도 실제론 작품보다 광고에 주목,예쁜 역할에 매달리기 일쑤인 젊은 여배우들 틈에서 그는 그저 열심히 일했다.
"돈을 버리니 명예가 왔다"는 그의 말이 연예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섰으면 싶은 마음 간절하다.
칸에 가기 전 관객 동원에 실패했던 '밀양'이 '칸 여우주연상 수상자 전도연 파워'에 힘입어 할리우드 대작 '캐리비안의 해적' '슈렉'과 맞붙어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