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버블 붕괴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의 조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의 조정 압력이 높아진 시점에서 국내 증시 역시 조정권 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분간 중국 관련주에 대해 보수적인 전략을 취할 것을 권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이번 주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중국 증시 대폭 조정 가능성 발언 충격에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코스피지수는 25일 그린스펀 충격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주중 사상최고치 행진을 지속, 1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해 1월 고점(760)을 41포인트 가량 남겨두고 있다.


◇ 유가증권시장 = 삼성증권은 중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에도 국내 증시가 강세를 지속하는 것은 하반기 경기 회복과 기업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과 탄탄한 내부 수급 등에 따른 것이라며 전반적인 증시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중국 증시의 버블 붕괴 등의 기술적 과열 해소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조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투자증권은 "급등세를 보였던 중국 상해 B시장도 한때 20일 이동평균선을 테스트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정에 대한 우려는 훨씬 높아졌다"며 "중국시장에서 기업실적과 주가 간 갭이 발생하는 등 이상징후도 많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25일 장 마감 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것이라는 염려가 커진 점도 조정 가능성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북한과 관련된 이슈로 증시 급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중국 증시 버블에 대한 경고 등 글로벌 증시의 조정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발 악재는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주에는 월말을 맞아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OMC)의 의사록 공개, 국내 산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 등의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눈치보기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태강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의 화두는 조정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며 "다만 지난해 이후 중국 상하이증시는 200% 상승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20% 상승한 만큼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국내 증시가 중국 증시의 조정폭 만큼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의 조정은 기술적인 과열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라며 "단기적인 조정폭은 50포인트 안팎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시장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함께 기업 이익모멘텀이 2개월 연속 정체되는 등 전체적인 펀더멘털상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며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조정이 온다면 조선.기계.철강 등의 중국관련주의 조정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반면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증권, 보험, 제약, 은행 등 내수업종과 바닥권에서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업종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중국 증시와 민감도가 높으면서 상승폭이 컸던 조선.기계, 해상운송, 화학, 철강.금속 등에 대해선 변동성 확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발 조정 등이 발생하면 가격조정이 클 수 있는 반면 국내 소비회복 및 재고 감소 등 새로운 변화 요인이 나타나고 있는 내수우량주와 정보기술(IT)하드웨어, 자동차.부품 등에 대해선 매매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이 좋다"고 조언했다.


◇ 코스닥시장 = 코스닥지수도 지난 주말 그린스펀 충격에도 사흘 연속 상승이라는 '힘'을 과시한 터라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주간 단위로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이끈 점을 감안할 때 시장 수급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또 유가증권시장의 상승 부담과 지수관련 대형주의 가격상승 부담으로 상승 탄력은 이전에 비해 한층 떨어졌지만 종목별로 가벼움 움직임이 확산된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유가증권시장 중심의 조정 분위기로 인해 지수관련 대형주와 지수 상승 탄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종목별로 차별화된 장세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스닥시장은 오히려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해외 증시 동향을 주목하면서 실적 개선주 등을 중심으로 종목별로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화증권은 내주 코스닥지수 변동폭으로 715~730선을 제시했으며 조선, 기계, 건설, 철강.비철금속 부품주 등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