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사의 외유성 남미출장 파문을 계기로 주요 공직자들의 해외출장 홍보가 달라졌다. 일부 국회의원들이나 기관장은 개인일정 위주의 해외출장을 떠나면서 "나의 출장사실이 언론에 알려져선 절대 안된다"며 입단속에 나섰다.

반면 외국에서 공식활동을 수행하는 공직자의 경우 이럴 때일수록 언론에 '동정기사'를 떳떳하게 알리라고 독려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동남아를 노무현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공식출장 중인 전윤철 감사원장은 자신의 해외출장 사실을 적극 알리는 케이스다. 지난 17일 출국한 전 원장에 대한 기사용 보도자료는 25일에도 나왔다. 출장을 떠나면서 내놓은 '예고성' 동정기사와 동티모르 대통령 취임식의 참석 보도자료에 이어 세 번째다.

실제 전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24일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를 만나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에 대한 베트남의 지지를 요청하는 등 분주하게 뛰고 있다.

몽골 대검찰청 초청으로 몽골을 방문 중인 정상명 검찰총장은 25일 엥흐바야르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국 교민과 투자기업 보호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대검이 밝혔다. 또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유럽국가와의 업무협의를 위해 지난 24일 출국했으며,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6차 국제경쟁네트워크'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출국한다.

이처럼 기관장의 동정기사를 적극 홍보하는 것과 달리 정치권과 일부 공직자들은 언론노출을 기피하며 몸사리기를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올초부터 4월까지 국회의원 출장 건수는 8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건)에 비해 4배 이상 늘었지만 언론에는 대부분 보도되지 않고 있다.

한 국회의원은 "내년에는 임기 마지막이어서 올 여름까지가 해외출장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의원들이 외유를 많이 나가지만 언론에는 쉬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몇몇 국회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봐 지역구에도 해외출장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해외출장 자체도 황급히 취소했다.

해외에 있는 대사관이나 KOTRA 해외무역관에도 출장일정을 주선해 달라는 부탁이 줄었으며 골프나 회식 등을 함께 하자는 요청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김홍열/노경목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