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자동차산업 안녕한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국 딜러들의 아우성 때문에 가격을 내려줄 수밖에 없었어요.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더군요."(현대자동차 임원)
"미국시장에서 한국차의 가격 메리트는 거의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에요.소형차 판매가격은 도요타와 대등한 수준이고 중형차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엔 약세의 영향이 정말 장난이 아니예요."(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간부사원)
최근 만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위기의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비교적 잘 달려오던 자동차산업이 이제 본격적인 고비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결코 엄살이 아니다.중국시장을 보자.현대차는 지난달 판매량이 급감하며 시장 점유율이 3.9%에 그쳐 11위로 주저앉았다.현대차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중국진출이후 처음있는 일이다.딜러들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며 사실상의 가격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런 연유다.미국시장 형편도 좋은 편이 못된다.지난달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9%에 그쳐 여전히 3%선을 밑돌았다.
내수시장도 불안하다.수입차들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상승가도를 줄달음하며 지난해엔 연간기준 5%대에 진입했고 금액으론 17%에 이르렀다.보통 빠른 성장속도가 아니다.국내메이커들의 시장기반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뜻이다.현대차는 블룸버그 글로벌 자동차업종지수 편입종목 시가총액랭킹에서도 최하위인 16위로 주저앉았다.2005년말엔 7위였다.위기의식이 팽배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자동차산업이 이런 형편에 내몰린 것은 생산비용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까닭이다.현대차의 경우 2003년에만 해도 74.6% 수준이던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비중이 지난해엔 83.8%까지 높아졌고 기아차는 85.9%까지 치솟았다.도요타는 이 비율을 70%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고전을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인력운용 체계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일감이 없어 놀면서도 다른 라인의 일은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상황에서 어찌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쌍용자동차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올해부터 라인 물량에 따라 인력을 배정하는 전환배치 시스템을 도입한 쌍용차는 1분기중 3분기만의 흑자를 시현했고 매출액도 14.9%나 증가했다.인력운용의 유연성 확보가 얼마나 시급한지 한눈에 드러난다.
과도한 인건비도 문제다.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도요타를 웃돌 정도로 상승한 임금수준은 가뜩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뒤지는 상황에서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게다가 툭하면 파업을 벌이고 파업손실을 만회한다는 명분으로 특근을 하며 높은 수당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설상가상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자동차노조의 역할이 중요한 때도 없다.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전환배치제 도입과 인건비 부담 완화가 절실하고, 그런 일은 노조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자동차노조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위기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는 길이겠는지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미국시장에서 한국차의 가격 메리트는 거의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에요.소형차 판매가격은 도요타와 대등한 수준이고 중형차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엔 약세의 영향이 정말 장난이 아니예요."(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간부사원)
최근 만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위기의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비교적 잘 달려오던 자동차산업이 이제 본격적인 고비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결코 엄살이 아니다.중국시장을 보자.현대차는 지난달 판매량이 급감하며 시장 점유율이 3.9%에 그쳐 11위로 주저앉았다.현대차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중국진출이후 처음있는 일이다.딜러들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며 사실상의 가격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런 연유다.미국시장 형편도 좋은 편이 못된다.지난달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9%에 그쳐 여전히 3%선을 밑돌았다.
내수시장도 불안하다.수입차들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상승가도를 줄달음하며 지난해엔 연간기준 5%대에 진입했고 금액으론 17%에 이르렀다.보통 빠른 성장속도가 아니다.국내메이커들의 시장기반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뜻이다.현대차는 블룸버그 글로벌 자동차업종지수 편입종목 시가총액랭킹에서도 최하위인 16위로 주저앉았다.2005년말엔 7위였다.위기의식이 팽배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자동차산업이 이런 형편에 내몰린 것은 생산비용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까닭이다.현대차의 경우 2003년에만 해도 74.6% 수준이던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비중이 지난해엔 83.8%까지 높아졌고 기아차는 85.9%까지 치솟았다.도요타는 이 비율을 70%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고전을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인력운용 체계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일감이 없어 놀면서도 다른 라인의 일은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상황에서 어찌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쌍용자동차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올해부터 라인 물량에 따라 인력을 배정하는 전환배치 시스템을 도입한 쌍용차는 1분기중 3분기만의 흑자를 시현했고 매출액도 14.9%나 증가했다.인력운용의 유연성 확보가 얼마나 시급한지 한눈에 드러난다.
과도한 인건비도 문제다.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도요타를 웃돌 정도로 상승한 임금수준은 가뜩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뒤지는 상황에서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게다가 툭하면 파업을 벌이고 파업손실을 만회한다는 명분으로 특근을 하며 높은 수당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설상가상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자동차노조의 역할이 중요한 때도 없다.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전환배치제 도입과 인건비 부담 완화가 절실하고, 그런 일은 노조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자동차노조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위기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는 길이겠는지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