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확 빠진 IT제품이 뜬다
정보기술(IT) 기기 제품 구매자를 가장 짜증나게 하는 것은 기본 기능이 안 좋을 때다.

이를테면 카메라 사진이 잘 안 찍힌다든지,MP3플레이어의 음질이 나쁘다든지,휴대폰이 잘 안 터진다든지 하는 경우다.

핵심 기능을 제외한 다른 기능은 별 볼 일 없는데 가격만 비싼 경우도 소비자를 화나게 한다.

융합(컨버전스) 제품이다 뭐다 해서 다기능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제품에 목말라한다.

IT 기업들이 최근 소비자들의 이런 마음을 간파하고 기본 기능,핵심 기능을 강조한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대표적인 컨버전스형 제품으로 통하지만 최근엔 통화와 문자 메시지라는 기본기에 충실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앞다퉈 나온다.

LG전자는 핵심 기능인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강화한 '와인폰(SV300/LV3000)'을 21일 시판했다.

이 제품은 버튼,글씨체,스피커 수신부를 기존 휴대폰보다 2배씩 키운 제품이다.

한마디로 휴대폰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을 강조한 것이다.

가격은 30만원대다.

와인잔 안에서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 와인을 본딴 디자인을 전면 LCD에 반영해 디자인까지 신경 썼다.

모토로라가 지난 2월 말 시판한 '스타택3'는 초창기 스타택 제품에 비해 MP3플레이어,전자 사전 등이 첨가됐지만 카메라를 과감하게 없애고 가격을 20만원가량 낮춰 20만원대다.

모토로라 측은 통화 품질을 중시하는 30대 남성층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저가 폰 '프리지아폰(모델명 SCH-S470)'은 배터리 개수를 줄이고 출고가를 4만원 낮췄다.

누적 판매량이 40만대를 넘을 만큼 인기다.

팬택이 지난해 12월 시판한 스카이 최초의 30만원대 휴대폰 'IM-S150'도 기능을 줄인 저가 폰이다.

내비게이션,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PMP),전자 사전 분야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빅 히트를 친 이랜텍의 PMP '아이유비 블루'는 동영상 재생이라는 기본기에 충실한 제품.보통 50만~60만원대인 다른 PMP에 비해 20기가바이트(GB) 제품 기본 모델이 36만8000원에 시판됐다.

가격 거품을 쫙 뺀 것.

퓨전소프트 '오드아이7스타'는 '길 안내'라는 내비게이션의 핵심에 충실,30만원대로 시판된 실속형 제품이다.

카시오는 컨버전스가 대세라는 전자사전 시장의 트렌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자사전 핵심 기능에만 주력한 제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PC 역시 거창한 그래픽의 3D(입체) 게임이나 전문적인 작업을 하지 않는 사람에겐 고(高)사양이 필요 없다.

무선 인터넷,문서 작성 등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한 60만~70만원대의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국HP의 '비즈니스 노트북 500 시리즈'와 도시바의 'A100 PSAA2K'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고사양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성능을 갖췄다.

HP 500시리즈의 경우 인텔 소노마 플랫폼 기반의 펜티엄 M770 CPU를 탑재했고 메모리는 512메가바이트(MB),하드디스크는 60GB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가격은 70만원대로 웬만한 최신 휴대폰 가격과 비슷하다.

임원기/김정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