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의원으로 선출된 고우 스님은 스물네 살 때 머리를 깎은 이후 평생을 묘관음사·봉암사·범어사·각화사 등 전국의 선원에서 정진해온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선승들 사이에 신망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간화선이 미래 인류문화의 대안'이라며 간화선 대중화·세계화에 나서 '선의 전도사'로 불린다.

근년 들어 '선원장 초청법회'에 수많은 인파를 불러모았을 뿐만 아니라 간화선 수행체계 정립을 위해 조계종이 발간한 '조계종 수행의 길-간화선'의 편찬을 주도했다.

또 실제 선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육조단경' 등 조사어록과 경전을 강의해 선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고 있고,지난 3월에는 선종사찰 순례단을 이끌고 6000여리의 긴 여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불교계 안에서는 누구나 공인하는 선지식(善知識)이지만 권위주의와 격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성품을 지녔다.

이른바 '문중'도 '세력'도 없지만 따르는 이가 많은 것은 이런 까닭이다.

찾아오는 신도나 손님을 항상 웃는 낯으로 반길 뿐만 아니라 한참 아래 스님이나 신자에게도 반말을 하는 법이 없다.

특히 불법(佛法)을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스님이건,신자건,다른 종교인이건 가리지 않고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설법이 한문 위주에서 벗어나 알아듣기 쉬운 것도 고우 스님의 특징.어려운 불교용어 대신 '형상' 이면의 '본질'을 보면 무한 경쟁 대신 무한 향상의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장은 흔한 자가용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법문과 강의를 다니고,시봉하는 제자도 없이 혼자 밥 끓여 먹기를 더 편하게 여긴다.

남들이 수십명씩 두는 상좌도 딱 둘만 두었다.

"상좌를 잘못 두면 자기도 남도 손해 본다"며 "중이 되려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만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신 자신의 상좌가 아니더라도 공부에 열의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도와준다.

스님들 사회에서도 서로 '벼슬'을 하겠다는 요즘,자신도 모르게 조계종 원로 의원에 추천된 것은 이런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