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 출시…가격 5000만원대 예상

렉서스 등 주도 고급차 시장 바뀔까

제네시스 "수입차 비켜!"
현대자동차가 최고급 대형 승용차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의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당초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출시 시기가 올해 말로 앞당겨졌다.

제네시스의 출시가 다가오면서 국내 대형 승용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렉서스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급 수입차와의 한판승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수입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커다란 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는 우선 이 차량의 성능이 여느 프리미엄 세단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올해 말 국내에 출시될 제네시스 3.8 모델의 엔진 출력은 280마력.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쟁 차종인 렉서스 GS350(307마력)이나 BMW530i(258마력), 메르세데스벤츠 E350(272마력), 크라이슬러 300C 3.5(250마력)와 비슷하거나 이들보다 앞서는 수준이다.

미국시장에 선보일 제네시스 4.6 모델의 최고 출력은 340마력을 넘어선다.

실내공간의 넓이를 나타내는 휠베이스(앞·뒤바퀴 간 거리)도 2935㎜나 돼 BMW 5시리즈나 렉서스 GS보다 길다.

현대차 최초의 후륜구동 세단인 제네시스는 차량 무게의 앞뒤 배분을 53 대 47로 맞춰 BMW의 50 대 50에 다가갔다.

비틀림 강성은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보다 12~14% 높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가격은 경쟁 모델보다 훨씬 낮은 5000만~6000만원 사이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고급 수입차 중에서 제네시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것은 크라이슬러 300C밖에 없다.

현재 수입차 최고 인기 모델인 렉서스 ES350의 가격이 60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렉서스 GS는 물론 그보다 한 등급 아래인 ES의 입지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또한 제네시스에는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야간주행 시 곡선로에서 전조등의 각도를 주행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어댑티브 헤드램프 등 최첨단 안전기술이 적용됐다.

현재 고급 수입차의 70~80%가 법인 명의로 구매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법인 명의로 구입한 수입차의 상당수는 개인이 세제혜택 등을 받기 위해 등록만 법인 명의로 해 놓은 것이거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스로 구매한 경우다.

이들은 '저렴한 고급차'가 나올 경우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수요층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현대차가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펼치고 수입차에 비해 우위에 있는 영업력과 서비스망을 잘 활용한다면 수입차에 빼앗겼던 고급차 수요를 상당 부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개념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를 출시해 국내에서는 고급 수입차의 공세에 대응하고 해외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수익성 회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반면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와는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네시스가 국내 고급차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를 찾는 소비자와 현대차를 찾는 소비자는 다르다"며 "고급 수입차와 현대차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에쿠스나 기아차 오피러스를 타던 소비자가 제네시스로 올라올 가능성은 있어도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를 타던 소비자가 브랜드가치가 떨어지는 현대차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실내 디자인 등 세밀한 부분에서는 현대차가 아직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수입차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데 따라 품질과 서비스를 높여갈 뿐 제네시스가 나오는 데 따른 별도의 대응책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