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6위인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이 최근 몇년 새 수직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독자 제품개발이나 생산보다는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수입해 파는 데 주력해온 제일약품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닥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2002년 이후 연평균 12.2%의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엔 26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영업이익률은 최근 몇년 새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까지만 해도 13.3%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이 매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급기야 지난해에는 4.5%까지 떨어졌다.

불과 4년 만에 영업이익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2002년 이후 매년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동아제약(10.6%) 한미약품(12.4%) 유한양행(13.3%) 대웅제약(17.5%) 중외제약(13.7%) 등은 모두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섰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리는 제약산업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4.5%밖에 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이 이처럼 낮은 주 요인은 전체 매출에서 수입의약품(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상품과 수입상품 항목을 합친 것)의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제일약품의 전체 매출에서 수입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에는 31.2%였으나 매년 조금씩 상승해 지난해에는 54.5%까지 높아졌다.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수입해 파는 경우 로열티 등의 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독자개발한 제품을 팔 때보다 매출원가율이 높아지고,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 같은 점은 제일약품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제일약품이 독자개발해서 생산 판매하는 제품은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이 약 58%였으나 수입의약품의 경우 매출원가율이 무려 76%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영업이익률 하락이 제일약품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률 하락→연구개발(R&D)투자 감소→신약개발 부진→수입의약품 의존도 상승→영업이익률 하락' 등과 같은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 환경 급변으로 R&D 능력이 우수한 상위제약사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는 현실 속에서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힘든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