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제도 개선.해외기업 유치가 대안

증시가 지난 8년동안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기업 신규상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세계적 저금리로 주식공모외에 여러 다른 수단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된 데다 상장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이 증가하고 공시 등 여러 번거로운 규제와 비용부담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아예 기업공개를 꺼리기 때문을 풀이되고 있다.

◆ 신규 상장기업 `가뭄에 콩나듯'

20일 증권선물거래소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신규상장 기업수는 지난 2000년 4개(3개.이하 괄호안은 코스닥시장서 이전한 상장기업), 2001년 5개(3개), 2002년 14개(7개), 2003년 13개(6개), 2004년 11개(3개), 2005년 12개(1개), 2006년 12개(3개) 등으로 극히 미미하다.

7년동안 연평균 10.1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전상장 기업 4.4개를 제외하면 겨우 5.7개가 매년 유가증권시장에 선을 보이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절반 정도가 지나간 18일 현재까지 신규상장기업이 하나도 없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1996년 최고 51개를 정점으로 90년대 연평균 10.7개 신규상장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이다.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몰리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사정은 다소 낫지만 2000년 이후 신규상장 기업 감소세는 뚜렷하다.

IT버블기인 2000년 249개 기업이 신규상장된 이후 2001년 180개, 2002년 154개로 100개선을 유지하다 2003년 70개로 떨어진 후 2004년 48개, 2005년 69개, 2006년 53개, 2007년 5월 , 금년 5월 18일 현재 11개사로 2005년 한해를 제외하면 급감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이날 현재 주권상장 유가증권 시장 기업수는 675개, 코스닥시장은 972개에 그치고 있다.

◆ 알짜 기업은 상장 기피

신규 상장이 이처럼 정체된 것은 기업들이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 기채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서도 운영 및 시설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거래소 상장유치팀의 한 관계자는 "상장이 아니라도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쉽게 조달할 방법이 현재 다양하다"며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수익이 좋은 회사일 수록 상장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장에서는 상장할 만한 충분한 여건과 가치가 있지만 거래소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기업으로 S건설, H건설, 에너지 기업인 G사 등을 대표적 예로 들고 있다.

아울러 상장 유지비용 부담도 기업으로선 만만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공시 등 상장 유지에 따른 비용이지 1회성인 상장비용이 아니다"며 "이런 비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대기업 집단 계열사들이 상장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있다는 것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는 주주자본주의, 펀드자본주의에 따른 주주관리의 어려움, 적대적 M&A 위협 노출 등도 신규상장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힌다.


◆ "그래도 증시 규모는 확대돼야"

전문가들은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 도입 등을 앞두고 우리 증시가 외연을 넓히고 동북아 금융허브로 자리메김하기 위해서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상장기업수를 확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현금 보유가 많은 기업등 실속있는 기업이 공개를 기피하지 않도록 관련 당국이 상장 및 유지 관련 제도와 규정을 개선하는 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는 홍콩증시나 상하이증시에 주눅들지 않으려면 우리증시의 덩치를 키워야 하며 필요하면 외국기업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으로 외국기업 상장수는 런던거래소가 343개, 뉴욕거래소 451개, 도쿄거래소 25개, 홍콩거래소 8개, 대만거래소 5개 등에 달한다.

반면 우리 증시에는 아직 상장 외국기업이 1개도 없다.

현재 심사중인 중국의 화펑팡즈가 빠르면 상반기내에 한국증시에서 최초의 외국 상장기업이 될 전망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도 이런 필요성을 인식, 현재 중국과 동남아 등을 순회하며 적절한 상장기업을 열심히 물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택형.이웅.김중배 기자 apex2000@yna.co.krabullapia@yna.co.kr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