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든지,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비판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시장실패가 나타날 때만 정부의 개입이 효과적이라고 가르친다.

시장실패라 함은 시장에서 가격을 통해 자원의 배분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 예로는 국방·치안 등 공공재,공원·공해 등 외부성의 존재,수도·전기·가스 등 네트워크 공익산업에 자연독점성이 존재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실패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시장이 실패하는 것처럼 정부도 실패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패하는 원인은 정부의 본질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에 의하여 구성되고 이들에 의해서 지도된다.

따라서 정부 구성원들은 항상 공익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려 한다.

붕괴 이전의 소련,마오쩌둥 치하의 중국,북한 쿠바 등 사회주의를 채택하였던 나라들의 경험은 정부가 시장을 대체하기는커녕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라를 심각한 가난 속에 몰아넣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가 시장을 일부 대체하거나 시장에 개입하려고 노력한 서구의 사회복지국가에서 1970년대 말 이후 영국병,독일병 등 심각한 장기 경제 침체가 발생한 것도 우리에게 경험적으로 정부실패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은 시장실패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들은 시장을 말할 때는 실패한 시장이나 불완전한 시장을 말하면서 정부를 말할 때는 전지전능하고 자애로운(benevolent) 정부를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불완전한 시장이 존재하는 것처럼 불완전한 정부가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불완전한 정부는 불완전한 시장보다 훨씬 문제가 많고 비효율적이다.

이는 정부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큰 정부를 지향했던 나라들이 큰 정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수십년의 경험을 토대로 공공부문 개혁에 나섰던 데서 잘 드러난다.

최근 개입주의 경제정책과 정부 주도 성장전략을 도입한 나라 가운데도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경우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정부가 시장을 대신해서도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주로 신흥공업국들이 그 전형적인 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나라가 시행한 정부 개입은 다른 나라들과 다른 양태의 것이었다.

시장이 가격을 통해서 잘 하는 기업과 못 하는 기업,현명한 소비자와 어리석은 소비자를 구별하는 것처럼,이들 나라에서는 정부가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잘 하는 기업과 못 하는 기업을 구별하고 성과가 좋은 국민과 그렇지 못한 국민을 선별해서 잘 하는 기업과 국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유사시장 기능을 대행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성과를 거둔 나라들조차 대부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같은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기능 대행은 정경 유착·부패와 특혜·도덕적 해이 등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고,이에 따라 승복하지 않는 다수의 패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시장 기능 대행으로 인한 패자 양산은 결국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되는 정치적 안정을 해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하여 한 사회가 모든 경제 주체들과 이해당사자들에게 상호이익이 되는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이러한 개입주의 정책에 입각한 경제 발전을 추구해 온 나라들은 그 경제 수준이 일정한 시점에 도달하면 경제적 퇴보 내지 정체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정부 개입에 의한 경제 발전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시장이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제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다.

이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책 재원 규제 세제 등을 통한 개입으로 시장을 대신하는 일이 아니라 시장기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법 제도 인프라를 개선하고 이러한 법과 제도를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시스템의 개혁을 위해 1970년대 후반 이후 선진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개혁의 수단은 규제 개혁과 민영화,정부 조직과 공무원 수 축소,재정 건전성 확보와 세금 인하와 같은 재정 및 세제 개혁,복지 지출 축소 등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개혁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작은 정부,큰 시장'을 지향하는 혁명적 변화 노력을 의미한다.

이주선 < 기업연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