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한전, 자산은 63조, 임원은 7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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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현재 한국전력의 자산은 63조원이 넘습니다. 매출은 27조원이고 직원은 2만명이 넘는 말그대로 대기업중의 대기업인데요. 그런데 임원은 고작 7명입니다. 효율적인 경영이 안됩니다. 왜 그런지 박성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서울의 전력을 담당하는 한전 서울사업본부. 직원은 천명 정도입니다. 서울사업본부를 책임지는 서울사업본부장의 직급은 1직급. 임원 바로 밑이며 한전 8계단의 직원 직급 중에는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서울사업본부 밑에는 각 지점들이 있고 이 중 6개 지점의 지점장 직급도 본부장과 같은 1직급입니다. 직급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고 한전의 직급 체계가 너무 단순하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4월말 현재 한전의 상근 임원은 감사를 포함해 모두 7명입니다. 사장 1명과 감사, 그리고 5개 본부의 본부장이 임원의 전부입니다.
한전의 지난해 매출은 27조원. 자산은 63조5천억원입니다. 재계 3위인 SK그룹의 57개 계열사보다도 많습니다. 이 초대형 기업을 고작 7명의 임원이 이끌고 있습니다. 한전이 아무리 공기업이라지만 뉴욕증시에도 상장된 글로벌 기업의 조직치고는 초라합니다.
임원수가 지나치게 적다보니 어려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5명의 본부장들은 사업을 하기 보다는 각종 행사에 끌려다니기 바쁘고 민간 기업의 임원급이라고 할 수 있는 1직급들도 아무래도 책임감이 덜합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KT의 상근 임원은 65명의 미등기임원을 포함해 68명. 매출은 한전이 두배, 자산은 세배 이상 많지만 임원은 고작 7명입니다. 미등기임원이 한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전 내부에서도 업무 효율성을 위해 임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법적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기업의 임원 숫자를 15인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임이사가 절반이 넘지 못하도록 해 한전 상임임원 숫자는 법적으로도 7명이 최대입니다. 경영환경이 크게 변했지만 이전 정부투자기관관리법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부족한 임원을 미등기 임원으로라도 메워야 하지만 이는 더 까다롭습니다.
[인터뷰 류용섭 기획예산처 인재경영팀장]
“투자기관관리기본법을 적용 받을 때부터 투자기관은 법상 임원과 직제상 일반 직원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습니다. 미등기임원은 방만한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서 법상 임원과 직원으로만 두고 중간 직급은 두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기획예산처에서 한전의 예산 편성과 임원 선임, 급여까지 지휘를 하고 있어 한전으로서도 불만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 내부에서도 공기업 마다 역할과 규모가 다른만큼 탄력적인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공기업 한전의 최근 시가총액은 26조원. 국민은행에 이어 네번째로 많습니다. 뉴욕증시에도 상장돼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취임한 이원걸 사장은 ‘2020년 글로벌 한전’을 위해 미래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만한 경영도 막아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 속에서는 글로벌 한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와우TV뉴스 박성태입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