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賢洙 < 코오롱건설 대표이사 hswon@kolon.com >

작년 말 중국 CCTV에서 방영한 '大國山屈起(대국굴기-강대국으로 일어서다)'라는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5세기 이후 강대국 반열에 올랐던 9개 국가가 흥성했던 배경을 소개한 프로그램으로,그동안 서방 제국주의라고 비판해왔던 열강에 대한 중국의 시각이 이제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최고의 경제성장세 및 최대 외환보유액 등으로 중국은 오랜만에 세계사에 자리매김할 태세다.

중국의 성장은 인접국인 우리에게 호기임이 틀림없다.

최근 예상을 넘는 우리의 성장은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중국의 성장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식,두려워하기보다는 상호 경쟁력 제고를 통한 윈-윈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국은 초기 성장 단계에 있고,경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일본 시장보다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많다.

경제·문화 시대를 표방하는 21세기에 유사 문명권인 중국의 성장은 이웃 국가로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몇 년 전만 해도 '평화적으로 강대국을 세우겠다'는 의미의 '和平山屈起(화평굴기)'가 작년부터는 강대국을 지향하는 의미의 '대국굴기'로 바뀐 배경이 궁금하다.

경제성장의 자신감을 배경으로 정치·군사적으로도 강대국이 되겠다는 본심을 나타낸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최근 동북공정을 바라보면서 중국의 속내를 경험했다.

인격과 마찬가지로 나라에도 국격(國格)이 있는데,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면 공존보다는 군림하려 드는 것이 역사가 보여준 속성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발흥할 때마다 우리는 고난과 전쟁의 시기를 겪었다.

예전처럼 물리적 충돌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자존심 상할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를 외치고 있지만 국가·민족 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국가 브랜드 파워가 약한 우리로서는 절박한 상황이다.

영토나 인구 규모 같은 유형 파워 때문에 우리나라가 강소국을 지향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으나,우리 스스로 강소국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반도가 온전히 국격을 갖추면서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기나 방법에 대한 논란이 많겠지만,언젠가는 통일국가를 이뤄야 한다.

독일이 15년이 넘는 경제 불황을 감수하면서 통일을 결행한 것은 양분된 상태로는 국가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통찰했기 때문이다.

경제 번영의 기반이 되는 첨단기술이나 정보기술(IT)과 같은 소프트 파워를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고,통일에 대해서도 단계적인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