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 예멘 원정경기 관전 포인트

'해발 2천300m에서 전승의 고지를 넘어라.'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6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예멘 사나의 알리 알-무젠 모레시 경기장에서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F조 5차전으로 중동의 복병 예멘과 원정 경기를 벌인다.

경기가 펼쳐질 사나는 해발 2천300m의 고지.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장거리 원정을 떠난 '리틀 베어벡호'로서는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다.

베어벡호는 그러나 전승으로 최종예선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다음은 UAE와 홈 경기라 이번 예멘전이 최대 고비가 될 듯 하다.

◇고지를 넘어라 = 예멘 수도 사나는 홍해안 호데이다 외항을 낀 고원도시.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로 선정될 만큼 고색창연한 이슬람 문화가 빛나는 곳인데 워낙 고지대라 산소가 부족하다.

특히 90분을 쉴새없이 뛰어야 하는 축구 선수라면 적응이 더 쉽지 않다.

예멘 올림픽팀의 모하메드 살레 감독은 지난 2월28일 수원에서 열린 1차전에서 0-1로 지고 난 뒤 인터뷰에서 "사나에 오면 산소 부족으로 한국 선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베어벡호로서는 그라운드 컨디션과 날씨도 문제지만 고지의 특성을 잘 파악해 체력 안배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선 전승과 원정 무패 이어간다 = 한국 축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예선전이 치러진 1999년 11월13일 바레인전(2-1 승)부터 13경기 연속 승리를 내달리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선 김호곤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팀이 2차 예선과 최종예선을 합해 파죽의 8전 전승을 거뒀다.

베어벡호도 이번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4전 전승 행진을 질주하고 있다.

원정 무패를 따지면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 본선 출전 선수의 연령을 만 23세 이하로 제한하기 시작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예선부터 역대 예선 원정 경기에서 패한 것은 1992년 1월 중립지역 말레이시아에서 치른 카타르전 패배(0-1)가 유일하다.

지난 달 우즈베키스탄 원정까지 15년이 넘도록 17경기 무패(15승2무)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
베어벡 감독도 귀중한 기록을 최종예선까지 고스란히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최종예선용 100% 전력의 밑그림 = 사실 올림픽으로 가는 길은 2차 예선보다는 최종 관문이 진짜 고비다.

2차 예선 각 조 1, 2위 12개 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해 3개조로 나눈 뒤 네 팀이 홈앤드어웨이로 조별리그를 벌여 한 조에 한 팀만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축구에서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이 4.5장인 반면 올림픽은 3장 뿐이다.

올림픽 예선을 더 좁은 바늘구멍으로 치는 이유다.

따라서 베어벡호는 예멘전에서 최종예선에 대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차 예선의 전력으로 최종예선 통과를 장담할 순 없다.

베어벡 감독은 이전 네 차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한 번도 100% 전력이 완성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한 적이 없다.

베어벡 감독의 머릿 속에는 베스트 멤버 가운데 상당수가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빠지긴 했지만 이번 실전을 통해 전술적 완성도 만큼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