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공부나 동아리 활동이요? 전공 수업도 동기들과 스터디하며 겨우 따라가는 실정인데요."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3학년 K군은 이번 학기에 수강 신청한 18학점 중 15학점을 구조역학 등 전공과목으로 짰다. 작년 전공과정에 들어서며 이 학과 학생 101명 중 7명을 빼고 전원이 선택한 심화 과정인 '공학교육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K군은 이 인증을 받기 위해 졸업할 때(총 132학점)까지 전공 및 계열기초에서 최소 87학점을 따야 한다. K군의 전공 학점 취득 규모는 이 학과가 인증제를 도입하기 전인 2002년(57학점)과 비교할 때 무려 30학점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기업 현장에 맞춘 공학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학교육인증제도가 국내 공과대학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에 인증을 받은 졸업생들에게 채용 면접에서 10%의 가산점을 주기로 하면서 국내 공대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증제는 최근 공대의 '수업 분위기'도 180도 바꿔 놓고 있다.

14일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 따르면 올해 공대들이 공학교육인증 심사를 신청한 프로그램(학과별 교육 커리큘럼)은 220개(30개 대학)다. 이는 지난해 심사 신청 프로그램 수인 61개보다 무려 3.6배 늘어난 수치다. 이 프로그램들이 모두 인증을 받을 경우 인증 프로그램은 총 402개(55개 대학)로 늘어난다. 전국 140여개 공대 중 40%가량이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셈이다.

작년에 공학인증제를 도입한 한양대 화학공학과 배영찬 교수는 "이전과 달리 학생들이 수업에 충실하지 못할 경우 졸업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커리큘럼을 세부 전공 위주로 재편하고 실습 비중을 높이는 등 수업 강도가 크게 세졌기 때문이라는 것.

연세대 K군은 "선배들의 경우 인생 진로를 바꿀 목적으로 고시를 준비하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이런 학생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