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 기업들의 세전 순이익이 4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들이 급성장함에 따라 기계·소재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엔저 순풍까지 불어 준 덕분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1일까지 작년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 결산 보고서를 발표한 상장사(금융회사 제외) 665개사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세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로써 일본 상장사들은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2003년부터 4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이번 집계 대상 기업은 일본 전체 상장사의 40% 수준이지만 주식 시가 총액으론 70%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해 2006년의 증가율 8.7%를 웃돌았다.

작년 세후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13.7%에 달했다.

일본 상장사들의 실적 호전은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이들 나라가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을 확대하면서 히타치건설기계 등 일본 기계업체들의 수주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또 세계 경제 성장으로 금속 소재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도 큰 요인이다.

원자재를 수출하는 일본의 금속업체와 종합상사들은 가격 급등으로 세전이익 증가율이 20~3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전이익이 두 배로 늘어난 스미토모금속광산의 후쿠시마 코이치 사장은 "이 정도로 원자재 값이 오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여기에 엔저로 기업들의 이익은 더욱 불어났다.

엔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5개사는 엔저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만 총 5412억엔(약 4조3000억원)의 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실적 호전을 배경으로 일본 기업들은 설비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늘어난 이익을 당장 써 없애는 대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신일본제철 등 철강 대기업 4사는 올해 설비 투자에 총 8650억엔을 투입키로 했다.

이는 작년보다 20% 늘어난 것이다.

도요타 등 자동차 회사들과 마쓰시타 소니 등 전기·전자 회사들도 전년 대비 10~20% 늘어난 설비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일본 기업들은 또 외국 펀드 등의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에 대비해 주주들에 대한 배당도 늘릴 예정이다.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준비 중인 기업들은 주주 배당을 작년 대비 20~30%씩 높일 계획을 잡고 있다.

한편 올해 이익 전망에 대해선 조사 대상 기업들이 대부분 보수적이었다.

올 세전이익 예상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미국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중 실제 이익증가율은 기업들의 보수적 전망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작년의 경우에도 연초 일본 기업들은 예상 이익증가율을 1.5%로 내다봤지만 결국 10% 이상의 이익증가율을 달성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