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11일 김승연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경영 공백 우려가 '실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황이 시작됐다"는 말과 함께 탄식이 쏟아졌다.

김 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한화는 당분간 경영 공백의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사업 차질은 물론 대외 신인도 추락과 브랜드 이미지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해외 사업 '올스톱'

한화 측은 김 회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그룹 전반의 경영 공백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 부재는 적잖은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 새 기업 이미지(CI)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뉴 한화'로 도약하기 위해 세웠던 대부분의 해외 사업 계획들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경영 사안을 직접 챙겨온 점을 감안할 때,해외 사업 추진은 당분간 보류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영국 런던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려던 계획은 일단 연기됐다.

㈜한화의 중국 내 인플레이터(자동차 에어백의 핵심 부품) 사업 추진과,한화석유화학의 중동 생산기지 설립 계획 등이 모두 올스톱된 상태다.

특히 대한생명의 경우 중국과의 합작사업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와 벌이고 있는 국제 중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그룹 안팎에서 '수차례 미숙한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내부적으로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김 회장 유고 체제' 논의

한화는 이미 김 회장의 구속영장 신청 전부터 26층에 '상황실'을 설치,운영해왔다.

24시간 대응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실상의 비상경영을 하기 위해서다.

한화 경영진은 우선 그룹 차원의 별도 대책기구를 구성하거나 권한 대행을 정하지 않고 '계열사별 책임 경영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일단 김 회장의 '옥중 결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룹 총괄 실무는 금춘수 부사장(경영기획실장) 등이 보좌하는 형태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또 김연배 한화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참석하는 '확대 경영진 회의'도 가동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상경영 체제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오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유고'에 따른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작동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그러나 "해외 사업 추진 등 그룹의 대형 프로젝트나 신규 사업은 총수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김 회장이 복귀할 때까지 판단을 미루면 된다"며 "각 부회장과 CEO들이 한시적으로 책임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기 때문에 임시 조직 구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