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주 중 환경부에 '물산업육성과(課)'가 생긴다. 물(水)과 관련된 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부서가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말 상하수도국 산하에 '물산업육성팀'이 발족한 지 두 달 만에 확대 개편되는 것이다.

물산업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상수도 사업 자유화 등 물산업이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산업육성팀이 과로 승격되면 6명의 직원이 10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인원도 인원이지만 업무의 무게가 크게 달라진다.

우선 '물산업 육성법'이나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골자로 하는 '물순환 촉진법' 등 물산업 육성을 위한 법령 제정 등이 활발해진다. 또 건교부 산자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 하에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추진,상하수도 사업을 비롯 물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불합리한 각종 구조를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2015년까지 국내 물산업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물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해 놓고 있다. 상수도와 하·폐수처리,해수담수화 등 물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것.2015년까지 세계 10위권에 드는 물산업 관련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이 서비스하는 상하수도 운영체제를 민영화하는 방안을 심층 검토 중이다. 상하수도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2011년께에는 상수도 96%,하수도 분야 85%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대응이 발빠른 것 같지만 시장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한참 늦은 감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말 "앞으로 물이 석유 못지않게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이후 물 관련 산업은 '블루 골드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서 올 들어 물 관련 펀드가 잇따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 지수는 최근 3년간 20% 내외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물과 관련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월드와이드 워터섹터 펀드'를 선보였다. 전 세계 상하수도 담당업체와 물 자원을 개발하는 인프라스트럭처업체를 비롯해 마시는 '생수'를 생산하는 소비재업체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 HSBC도 은행권 최초로 '워터 인프라 듀얼 인덱스 펀드'라는 물펀드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산은자산운용은 'S&P글로벌워터펀드'를 출시했고 삼성투신운용은 '삼성글로벌워터주식펀드',한화투신운용은 '글로벌북청물장수펀드'를 내놨다.

업계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이웅열 회장이 직접 나서 "물과 관련한 사업을 중점을 두고 키워 그 분야에서 세계 10대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코오롱그룹은 물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최근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했다.

코오롱건설의 국내외 수처리 시공사업을 확대하고 코오롱이 생산하는 멤브레인(정수필터)을 포함한 수처리 소재 및 시스템 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국외에선 대형 물 관련 업체를 다수 보유한 유럽연합(EU)이 한·EU FTA 협상에서 수도 등 공공서비스 분야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7월 다국적 물기업인 프랑스계 베올리아 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현재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물쓰듯 한다'는 표현처럼 큰 가치가 없었던 물이 '블루 골드'로 비유되며 이처럼 위상이 높아진 것은 생활·공업용수 생산은 물론 △하·폐수처리 △상하수도 건설업 △물 관련 설비 △정화업 △수자원보관 등의 물 관련산업 세계시장 규모가 2004년 기준으로 886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물 관련 산업은 해마다 5.5%씩 고속성장하고 있고 관련 기업만 2700여개로 추산된다. 특히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물 소비가 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실정이다.

전영옥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산업을 비롯한 환경서비스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물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관심이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