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전후 최장의 경기 확장 국면을 맞고 있으나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도쿄 금융시장은 1980년대 버블(거품) 경제 때 뉴욕이나 런던 시장을 추격하는 듯했지만 그 이후 격차는 더 벌어졌고,홍콩이나 싱가포르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도쿄가 뉴욕과 런던에 지는 이유' 특집 기사를 통해 정부의 규제와 관료주의를 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꼽았다.
◆추락하는 금융시장
도쿄 증시 시가총액은 4조6140억달러로 뉴욕 증시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경쟁자인 홍콩(1조710억달러),싱가포르(3840억달러)에 비해 아직 앞서고 있으나 세계 증시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0%대에서 10% 이하로 뚝 떨어졌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회사 수는 1990년 125개에서 25개로 격감했다.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 비율은 겨우 1.0%. 뉴욕(19.8%),런던(10.5%)과 비교할 수가 없다.
◆정부의 실패가 원인
시장,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역,정부 당국이 모두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 부문에서는 뉴욕이나 런던처럼 투자할 만한 다양한 금융 상품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일본의 증권 발행시장 규모는 미국의 10% 선에 그쳤다.
또 718조엔에 달하는 거대한 채권시장도 대부분이 국공채이고 회사채는 7.2%에 불과해 회사채에 투자하려는 외국 자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일본시장에서는 런던이나 뉴욕처럼 혁신적인 금융 상품 출현이 적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과부하로 여러 차례 가동이 중단됐던 도쿄증권거래소(TSE) 시스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도 많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일본에 투자하면서 영업 거점은 일본에 두지 않는 외국 금융기관이 수두룩하다.
시장 참가자들의 자질도 금융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 리스크를 취할 투자자가 적은 데다 금융기관들의 리스트 관리 기법도 낙후돼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 당국이라는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주장이다.
일본의 회계 기준은 국제 기준과 달라 상장사들이 이를 맞추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상장 유지에도 고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외국 금융기관들은 금융 당국의 애매모호한 관련 규정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경우 회사 담당자가 정부 당국자에 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규제 관련 규정을 문의하고 도움을 받지만 일본에서는 금융청의 초청까지 '조사'로 오해할 정도로 정부 규제에 대한 공포심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뒤늦은 금융허브 구상
일본 정부는 도쿄 육성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카나리 워프(Canary Wharf)'를 본뜬 금융센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영어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외국인 전용 아파트,육아 및 의료 시설 등을 지어 국제 금융맨들을 도쿄로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