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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희망 찾는 강한 체질 갖춰야

원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대초원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수천마리의 가젤이 필사적으로 달린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빠르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가젤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필사적으로 달린다. 사자도 마찬가지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사자는 온힘을 다해 달린다. 호아킴 데 포사다가 쓴 '마시멜로 이야기'에 소개되는 우화다.

모든 기업가도 이와 같아서, 위기는 평소 잠복하고 있다 느닷없이 출현한다. 때문에 기업가는 그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언제나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만이 아니라 그의 경쟁자도 최선을 다해 달리기 때문에 단지 열심히 달려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도 세계화된 오늘의 살벌한 경쟁체제를 정글 속의 사자와 가젤의 이야기에 비유한다. 아침이면 달려야 하는 아프리카 사자와 가젤처럼 기업가에게 질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선진국과 일 대 일로 겨루어 살아남아야 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도 정글에서 사자와 경쟁하는 가젤과 같아졌다.

위기는 도처에서 드러나는데, 불행하게도 이를 늘 극복할 수 있는 기업가는 흔치 않다. 어떤 기업가가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은 여러 번의 달리기에서 상대방을 이겼다는 것, 이를 위해 한두 번의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무언가 준비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곧 눈앞의 마시멜로, 즉 유혹을 억누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가들의 능력이다.

지난 1분기 판매실적에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등극한 도요타자동차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케이스다.

1980년대 도요타는 일본을 대표하며 세계 시장을 8%나 점유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싸구려 메이커 취급을 받았다. 엔고를 극복할 가장 확실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중에도, 경영진은 그대로 가면 회사가 침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만이 해답이었지만 도요타 브랜드로는 요원한 일이었다. 마침내 1983년 8월 도요타 에이지 회장은 긴급 임원 대책회의를 갖고 훗날 코드명 F10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회사의 핵심 설계자와 디자이너 60여명,1400명의 엔지니어와 2300명의 기술자, 그리고 200명의 보조 인력으로 구성된 24개의 엔지니어링 팀이 신차 개발에 몰두했고 여기서 1000여개의 엔진 시제품과 450대의 시험용 자동차가 제작됐다.

이와 함께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렉서스를 독립 디비전으로 출시하면서, 차체와 광고에 일체 도요타라는 사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판매망도 독립적인 렉서스 매장을 중심으로 진행했으며, 이 때문에 일반 미국인들은 도요타와 렉서스 사이에 아무런 관계를 찾지 못했다. 이후 렉서스는 지금까지도 미국 고급승용차시장에서 최상위권을 고수하는 중이다.

미래를 내다 본 경영진의 결단이 없었다면 세계화 시대를 상징하는 렉서스도,도요타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이 밖에 잿더미에서 아이팟을 건진 애플의 스티브잡스나 과거 파산 직전에 이른 BMW를 전 재산을 걸어 회생시킨 대주주 헤르베르트 크반트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가들의 사례다. 벼랑 끝에서 희망을 찾은 이들 기업가는 희망과 도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자신과 회사의 체질을 더욱 강화시켰다.

위기는 때로 단숨에, 때로 서서히 다가온다. 어느 경우든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경영자의 혁신마인드다. 눈앞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가라면 인정받아야 될 이유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기회와 위협요소는 무엇이며, 어떻게 승자가 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