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 단기외채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나서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규모는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다.

2005년 말 659억달러였던 단기외채는 1년 만인 지난해 말 1136억달러로 증가하였다.

2006년 말 대외채무가 2633억달러 정도였으니까 비율이 대략 43% 정도인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3개월 만에 127억달러가 늘어나 지난 3월 말 현재 1263억달러(잠정치)에 이를 정도로 단기외채 증가세가 가속화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단기 외채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 국면과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선 채무는 채권과 비교하여 설명되어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대외채권보다 650억달러나 많은 순채무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외채권이 3627억달러,대외채무가 2633억달러로서 순채권이 2006년 말 기준 993억달러 정도가 된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것이다.

또한 외환보유액은 약 2400억달러로 외환위기 때보다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IMF(국제통화기금)에서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60% 미만이면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데,우리나라의 경우 3월 말 잠정치로 보아도 이 비중이 50% 정도이다.

또한 단기외채의 증가요인도 다르다.

1997년 당시에는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차이를 가지고 이익을 보려는 무모한 차입이 주를 이루었다.

단기로 돈을 빌려 이를 계속 리볼빙하면서 연기해가면 금리는 낮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단기로 돈을 빌려 리볼빙을 하면서 동남아 등지의 기업에 장기로 돈을 빌려주면 금리 차이를 상당 부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투자인가.

리볼빙이 중지되고 상환요구가 왔을 때 장기채 회수가 안 되면 그걸로 끝이다.

채권과 채무의 만기는 되도록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 자산부채종합관리 1장 1절의 교훈이건만 이 교훈을 무시하고 무모한 금융거래를 행했다가 커다란 손실이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주로 선물환 때문에 발생하는 차익거래 메커니즘 때문에 장기차입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우리 수출기업이 장사를 아주 잘해서 달러를 엄청나게 벌어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계속 달러가 들어오게 되어있고 환율이 어떻게 변동할지 모르니까 나중 환율을 미리 고정시키는 선물환매도 거래를 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출기업이 넘기게 될 달러를 받아주면서 미리 정한 환율대로 원화를 지급하게 된 선물환 매입 은행은 위험에 노출이 된다.

달러가치가 미리 정한 가격보다 하락해버리면 손실을 입게 되어 있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거래를 해주면서 위험을 없애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머니마켓 헤지'라는 전략이다.

내용은 이렇다.

만일 고객과 선물환거래를 하면서 고객이 6개월 후 100만달러를 달러당 950원에 넘기고 은행은 이를 받아주면서 9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지금 계약을 했다고 하자.이 계약을 하는 즉시 은행은 일부러 6개월 만기 부채를 97만달러 정도 일으킨다.

왜냐고? 연율 금리 6% 기준으로 97만달러 정도를 6개월간 빌려오면 만기원리금이 100만달러가 된다.

이는 바로 은행이 선물환계약 때문에 6개월 후 받게 되어 있는 액수이다.

6개월 후 수출기업이 은행에 100만달러를 넘길 경우 이를 받는 즉시 원리금 100만달러를 갚아버리면 기본적 위험은 사라진다.

물론 빌려온 돈 97만달러는 즉시 외환시장에서 매각을 하여 원화로 바꾼 후 6개월간 운용한다.

이 돈이 바로 만기에 가서 달러를 받는 시점에서 고객에게 지급할 원화자금이 된다.

액수가 안 맞으면 어떻게 하냐고? 이러한 거래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도록 선물환율은 이미 조정되어 있다.

(물론 당연히 '수수료+α'의 이익은 나도록 되어 있다.)

요약해 보자.100만달러를 미리 정한 가격에 사주기로 계약을 한 후 97만달러의 부채를 일으키면서 이를 즉시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바꾸어 운용을 한다.

만기가 되면 100만달러를 받아 자신이 일부러 일으킨 부채의 원리금 100만달러를 갚는 동시에 그동안 운용한 원화자금의 원리금을 고객에게 지급하면 된다.

이 거래가 커지면서 은행은 달러를 빌려오게 되고 단기외채는 증가한다.

또한 빌려온 달러는 즉시 현물환시장에서 매각하기 때문에 환율은 하락한다.

선물환 매도 물량이 많아지면서 선물환율은 적정균형가 대비 하락하고 이러한 선물환율은 추가 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결국 외국계 은행들은 이 와중에서 본점에서 달러를 빌려다가 매도차익거래 전략을 시행하면서 추가이익을 보고 있다.

선물환 매도가 너무 많아지니까 여러 가지로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험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리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솥뚜껑을 보면서 속이 뜨끔해질 수도 있지만 솥뚜껑이라는 사실이 확실하게 확인된다면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