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25 재·보선' 참패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사단이 벌어졌다. 선거 때마다 공천 잡음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게 더 힘들 정도로 마찰 강도가 심각했다. '40 대 0 재보선 불패'신화로 인해 '한나라당=당선'이란 인식이 깊이 배어있었다. 그만큼 부지불식간에 오만이 스며들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경북 봉화에선 도당위원장이 미는 후보 대신 중앙당에서 다른 사람을 공천하자 당 조직 일부가 무소속을 지원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경기 화성의 경우,당직자 출신 인사가 탈락하자 사무처 직원들이 사상 초유의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이런 탓인지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다는 보고서가 속속 올라왔다. 사전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표정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지지율 합이 70%가 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대선주자를 앞세워 바람몰이에 나서면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두 주자는 이번 재·보선을 세 확산의 기회로 삼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도부의 공동유세 요청을 거부하고,오히려 현안마다 신경전을 벌이는 데 급급했다.

쓴 소리가 쏟아졌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대선주자의 시시콜콜한 싸움에 국민은 싫증났다. 두 주자의 70% 지지율은 착시"라고 비판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도 "두 주자가 당을 하나씩 갖고 있는 모양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선거 막판에 돈 공천 과태료 대납,후보 매수 의혹 사건 등의 악재가 밀물처럼 터져나왔다. 당지도부는 관련자들을 제명하거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응급처방에 나섰지만 이미 민심은 등을 돌린 뒤였다.

최악의 선거결과에 한나라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법석을 떨고있다. "회초리를 겸허히 맞겠다"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선 '책임 떠넘기기'식 구태가 재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꺼낸 것은 '옐로카드'에 불과하다. 자성론이 현실화하지 못할 땐 대선에선 '레드카드'가 나올 수 있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