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총기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일이 지났다.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한국인 특유의 정서로 집단적 책임의식을 보여 주었고,이에 대해 미국인들은 상당히 당황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버지니아텍 사건은 '미국 대학 내 한 정신 장애 학생에 의해 발생한 사고로 그 대학을 중심으로 사후 처리 활동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상황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그 원인 분석과 향후 재발 방지에 대한 논의 가운데 한국 가정의 대화 부족,교육 중심의 사고(思考) 방식,총기 문화,정신 건강 관리의 중요성,빠른 위기 관리 대응의 중요성,글로벌 시대에 '남'을 더 의식하는 한국인의 집단 의식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의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이슈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 가는 게 가능했을까를 살펴 보면,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웹 2.0 시대의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참여와 공유(共有)로 대표되는 세계에서 범인이 제작한 사용자제작 콘텐츠(UCC)가 전세계 공중파를 도배했고,뉴욕 타임즈 독자 블로그에 비교된 범인과 영화의 한 장면이 전 세계적으로 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지난 24일자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네티즌들이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의 경우 처음 이틀 동안 75만명의 사이트 방문객을 기록했다고 한다.
초당 4명의 방문객이 있었던 셈이고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이슈에 대해 뉴스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사태 전개는 UCC시대 네티즌의 위력과 그에 따라 동반돼야 할 책임의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버지니아텍이 위치한 블랙스버그의 지역 신문인 로아노크 타임즈(Roanoke Times)의 코멘트를 따서 위키피디아가 이번 사건의 'clearing house,정보 필터링 센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평소에 위키피디아의 신뢰성에 대해 논란이 많이 있어 왔지만 이렇게 큰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그들의 영향력이 대단했음은 사실이고 불안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에 의존한다는 것도 확인한 셈이다.
물론 속도와 자유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슈가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될 수도 있으나 많은 개인 블로거들과 더불어 이번 이슈의 경우 신뢰를 중요시하는 전통 유력 미디어의 온라인 사이트가 이슈의 토론 장(場)에서 모더레이터 역할도 했고 다시 오프라인에서 걸러지면서 빠른 시간 내에 이슈가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버지니아텍 사건과 웹 2.0시대의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특히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경영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첫째,어떤 큰 이슈가 발생하면 더 이상 조직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지 않는 다는 점이다.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둘째,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가장 큰 영향력을 주고 신뢰를 주는 개인이며 단체(influencer)인지를 찾는 일이다.
이 때 또하나 간과(看過)하면 안 되는 것이 그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찾을 때 과거보다 좀 더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웹 2.0시대에도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적 관점에서 퓨전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글로벌 시대인 만큼 이슈에 대한 상황의 정리는 국내의 시각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의 시각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본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만이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의 명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