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청소년의 알레르기질환이 10년새 약 1.5배 증가하고 있다.

밀폐된 아파트 등 지나치게 위생적인 거주환경, 대기오염, 침대 카펫 등에 서식하는 집먼지진드기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 질환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수조원대에 달하고 있다.

특히 입증되지 않은 알레르기 정보와 민간요법 등 비공식적 의료가 이를 부추기고 있어 종합적인 환경개선과 환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비염 증가=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가 2005년 서울지역 10개 초등학교 학생 8378명을 대상으로 알레르기질환 유병률을 역학조사한 결과 알레르기성 비염 26.4%，아토피 피부염 29.2%，천식 7.6%，식품 알레르기 6.2%로 조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10년 전인 1995년에 비해 알레르기성 비염은 약1.6배，아토피 피부염 약1.5배，식품 알레르기는 약1.3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천식은 1995년 8.7%에서 2005년에는 7.6%로 소폭 감소했다.

천식과 관련한 학회의 대국민 홍보가 효과적이었다는 자체 평가다.

◆너무 깨끗해도 알레르기 질환 생겨=알레르기 질환의 증가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게 '위생가설'이다.

면역계는 세균을 포함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받으면서 완성된다.

그런데 지나치게 깔끔한 환경에서 자라면 면역계의 대응능력이 떨어져 알레르기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가설이다.

예컨대 어릴때 먼지와 접하면 천식을 일으키는 먼지 속의 엔도톡신(내독소)에 대한 면역이 생겨 알레르기질환을 잘 극복하는 반면 깨끗한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도시 아이들은 집밖에서 쉽게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의 분석결과 천식환자가 고소득계층이 9%로 저소득계층의 4%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거주지가 도시지역인 경우는 격차가 더 벌어져 고소득계층이 14%，저소득계층은 3%로 나타났다.

상류계층 아이들은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박테리아나 알레르기 항원들과 자주 접촉할 기회가 없고 이에 따라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질환에 저항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알레르기질환의 90%가량엔 침대 카펫 등에 기생하는 집먼지진드기가 관여하고 있다.

손병관 인하대병원 소아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1970년대 중반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희귀질환에 해당했다"며 "아파트가 본격 들어서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에 발병률이 처음으로 1%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기오염 속에 포함된 화석연료 연소가스,황사 속 중금속 및 병원체,계절별로 공기중에 흩어지는 꽃가루,애완동물의 털,담배연기 등이 중대한 알레르기 유발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는 2월초부터 12월 중순까지 꽃가루가 날린다"며 "봄에는 수목류,가을에는 잡초류의 화분이 알레르기의 주범이므로 알레르기 환자는 외출을 삼가고 특수필터 마스크를 착용하며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알레르기 정보 30%가 부정확=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가 건강보험공단 통계청 자료 등을 토대로 2005년 발표한 '천식의 사회적 비용'은 의료비 약제비 건강식품구입비 등 직접 비용이 9620억원,천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등 간접 비용이 1조864억원 등 총2조484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직접 비용 중 민간요법 등 비공식적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6228억원으로 공식적 의료비 3334억원의 2배에 육박했다.

지난해 경희의료원의 한 조사결과 천식치료에 민간·대체요법을 했던 사람은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합리적인 치료선택엔 잘못된 인터넷정보가 주범의 하나로 지목된다.

정지태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과 교수는 "2003년 인터넷에 뜬 100여개 기관지천식 관련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평균 정보지수(14점 만점)가 3.6점였고 10점 이상은 전체의 9.2%에 불과했다"며 "이론의 틀은 서양의학을 차용하는데 치료법은 엉뚱한 주장을 하는 광고나 정보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