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銀 중소형 증권사 군침

증권사에 대한 시중은행의 2차 사냥이 시작되고 있다.

신한[005450].우리.하나은행 등이 증권사를 인수해 금융지주회사의 위용을 갖춘 데 이어 국민[060000].기업[024110]은행 등이 증권사 인수 주체로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때마침 증권사 매물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여서 은행과 증권사 간 인수.합병(M&A) 시장이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 시중銀, 중소형 증권사 군침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GI증권의 매각과정이 진행되면서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은행권 후보군으로 국민.기업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증권사 인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했거나 사업 포트폴리오상 증권업 라이선스가 필요한 후보군들이다.

증권사의 규모나 가격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금융업권에서 증권업이라는 면허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의 경우 리딩뱅크이면서 주요 대형은행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계열사로 보유하지 않고 있는 은행이라는 점에서 증권사 인수 후보군 1순위로 거론된다.

신한은행이 굿모닝신한증권을, 우리은행이 우리투자증권을, 하나은행이 대투증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민은행만 증권사가 없는 것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역시 그동안 증권사 인수 여부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구체적인 인수대상을 정하여 검토한 바 없다"고 답변해왔을 뿐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지는 않았다.

바꿔 말하면 증권사 인수에 관심은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건은 없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증권사 인수에 성공할 때까지 KGI증권은 물론이고 여타 증권사 매물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공개적으로 증권사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

종합금융사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인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GI증권의 경우 양 은행의 선택이 엇갈릴 수도 있다.

증권업 라이선스가 꼭 필요한 국민은행은 KGI증권을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반면 기업은행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때문에 탐탁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밖에 솔로몬저축은행[007800]은 KGI증권 인수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저축은행[025610]도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

◇ 은행권 인수 여력 '충분'

중소형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당은행은 충분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중소형사들이 수천억원대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는데 비해 은행들은 수조원대 인수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당장 5조7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M&A에 투입 가능하다.

2006년말 기준 자기자본 18조7천억원에 자회사 출자한도 30%를 적용해 나온 수치로 1분기를 지난 현재 기준으로 하면 6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해말 기준으로 1조원 이상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KGI증권의 매각가가 2천억원 가량, 여타 중소형 증권사들의 가격이 수천억원대임을 감안하면 시중은행들이 자금 부족으로 M&A를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

다만 넘치는 유동성으로 가격이 치솟을 경우 KGI증권 이후 다음 매물들을 노리게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 증권사 매물 늘어날 듯

명확한 인수희망자들이 등장한 가운데 KGI증권을 비롯, 매물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GI증권 외에 아직 뚜렷하게 매각 의사를 밝힌 곳은 없지만 시중은행과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사 인수 의지를 천명한 곳이 꽤 있는 데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특화된 성장 여력을 마련하지 못한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유력하게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곳은 SK증권[001510].
SK증권은 그룹의 지주사 전환 방침으로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증권은 최대주주인 SK네트웍스 등이 34.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할 때 매각가는 2천억원 안팎의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교보증권[030610]도 회사측과 최대주주 교보생명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교보생명이 자금 확보 차원에서 궁극적으로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양증권[001750]도 끊임없이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특화된 교보증권은 기업은행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한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한양증권의 경우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의 증권업 경영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 자통법 시행과 맞물려 증권업을 포기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교보증권과 한양증권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최대주주 지분 규모가 각각 2천100억원, 620억원 수준이나 자산가치 등을 감안할 때 인수가는 그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하나증권과 비상장 증권사 가운데 푸르덴셜증권과 CJ투자증권도 매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소형사 중 부국증권[001270]과 유화증권[003460]도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최대주주가 단기 내에 매각을 추진할 계획은 없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M&A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와있거나 잠재 매물인 증권사들이 많긴 하지만 시중 유동성이 많다는 점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인수자 입장에선 과도하게 가격을 끌어올리기보다 다양한 매물을 하나씩 두드려보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고미혜 기자 speed@yna.co.kr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