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조원이 넘는 대규모 순매수를 집중시키며 사상 최고치 이후 고점 부담이 높아진 장세를 떠받치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최고치를 돌파한 이후 매수 규모를 더 확대하는 든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는 펀드 환매에 시달리는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압력을 잠재우며 증시 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23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전체 상장 종목 1874개 가운데 10% 선인 187개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외국인 매수 연말까지 지속될 듯"

최근 주가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1조80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이달 들어 2조4000억원어치를 대량 매수하며 지수 급등을 이끌고 있다.

특히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직후부터 매수 규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23일도 2400억원대의 대규모 순매수로 코스피지수를 장중 한때 1550대로 올려놓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조선주와 지주회사,건설주,화학주를 중심으로 124개 종목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두산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가 주도주로 위력을 떨쳤으며 LG한화 두산 코오롱 SK㈜ GS 한국금융지주 등 지주회사 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기업들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하나로텔레콤과 YTN 삼아제약 등 다양한 업종에서 63개 종목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총 14조원의 주식을 내다 판 외국인이 올해는 순매수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소장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년 동안 외국인 매매는 기업이익의 증감과 방향을 같이했다"며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길게는 2008년,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7.5%,-2.1%였지만,올해 20%,2008년엔 17%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지형 맥쿼리IMM자산운용 대표도 "외국인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과 선진국 증시 편입 기대감에 당분간 매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블루칩,기관은 옐로칩 매수

외국인은 사상 최고치 돌파 이후 블루칩을 집중 매수 중이다.

특히 IT 종목에 대한 '러브콜'이 돋보인다.

최고치 돌파 이후(4~20일) 순매수 종목은 삼성전자가 7883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이닉스가 3454억원으로 2위다.

LG전자(725억원)도 순매수 7위에 올라 IT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최고치 돌파 이후 전기전자업종 순매수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해 같은 기간 외국인 총 매수 규모 2조5000억원의 절반을 웃돌고 있다.

외국인은 이외에도 대림산업 현대차 등 우량주들을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진입시켰다.

반면 펀드 환매로 인해 '실탄'이 부족한 기관투자가들은 중대형 옐로칩을 많이 사들이는 모습이다.

기관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지난 4일 이후 코스닥 대장주인 NHN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매수 규모는 1495억원에 달한다.

또 대우증권 대우건설 한진해운 두산중공업 등 실적 호전 옐로칩들도 매수 상위 종목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팀장은 "향후 이익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는 IT주와 금융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