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뮤추얼펀드 회사인 '피델리티'.이 회사를 언급할 때마다 항상 따라붙는 고유명사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자산규모가 한때 1000억달러(약 93조원)를 넘었던 마젤란펀드.여기엔 언제나 '그 유명한(that famous)'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그 유명한 마젤란펀드'라는 말이 한 묶음처럼 불렸다.

또 하나는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펀드를 운영하며 누적수익률 2700%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마젤란펀드와 피터 린치의 이런 유명세는 전적으로 '에드워드 네드 존슨(76·사진)'이라는 유능한 최고경영자(CEO)의 '작품'이라는 것이 월가의 공통된 평가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델리티호를 이끌고 있는 존슨의 거취가 최근 들어 월가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와 그간 가장 강력한 후계자로 꼽혀온 로버트 레이놀즈(55)의 퇴임이라는 두 가지 사항이 겹치면서 존슨의 후계 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결국엔 존슨의 장녀인 애비게일 존슨에게로 '대권'이 넘어가겠지만 그 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앤 크로울리 피델리티 대변인은 "존슨의 후계자 선정 계획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로선 '존슨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하다.

'바보들을 위한 뮤추얼펀드(Mutual fund for dummies)'라는 책을 쓴 경영 컨설턴트 에릭 타이슨은 "존슨은 자신의 일을 너무 좋아해 CEO 자리를 떠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은 피델리티의 창업 2세로 아버지 '에드워드 존슨 2세'가 피델리티를 세운 지 11년 후인 1957년 애널리스트로 피델리티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1963년부터 9년간 마젤란펀드 운용 책임자로 일했고 1972년에는 사장이 됐다.

1977년에는 CEO 겸 회장으로 임명돼 피터 린치라는 걸출한 펀드매니저를 발굴했고,월가에서 처음으로 전화 판매 방식을 도입해 펀드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존슨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향후 거취나 계획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포브스가 작년에 추정한 그의 재산은 75억달러로 '세계 최고 갑부' 순위에서 97위에 올랐다.

존슨의 상속녀인 애비게일 존슨의 재산은 130억달러로 아버지보다 훨씬 높은 42위를 차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