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常勳 인터브랜드 사장 spark@interbrand.co.kr


미국 중서부 사람들은 아침 식사로 도넛을 많이 먹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넛 가게들은 새벽에 도넛을 만들어 오전중에 판매하고 오후 3시 이후에는 문을 닫는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오후 시간에 도넛 가게에 들렀다가 도넛이 떨어져 먹지 못하고,다음 날 아침 다시 도넛 가게를 찾았다.

막 나온 도넛들이 커피향과 어우러져 아침 입맛을 당겼다.

나는 거기서 우연히 알고 지내던 텍사스 출신 선배를 만나 도넛 가게 비즈니스에 대해 얘기하다 백만장자가 된 어느 트럭 운전사에 대한 스토리를 듣게 됐다.

그 트럭 기사는 주로 도넛 가게에 밀가루나 잼 등의 원부자재를 배달하는 배달원이었다.

그는 몇 년 동안 도넛가게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면서 어떤 가게가 잘 되는지,어떻게 하면 손님을 많이 오게 할 수 있는지,어떻게 하면 최상의 도넛을 만드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떤 위치에 있는 도넛 가게에 어떤 손님들이 주로 오는지,시간대와 사람에 따라 어떤 도넛 품목이 잘 팔리는지 등의 디테일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넛 가게를 운영하는 일은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등 조금은 힘든 직업이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기피하는 직종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대신 한국이나 베트남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에게는 인기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문제는 복잡한 등록·허가 절차였다.

이 때문에 이민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그리고는 아는 경영대학원생에게 부탁해서 사업계획을 멋있게 짠 후 은행에 가서 5만달러를 빌렸다.

그는 그 돈으로 잘될 수 있는 가게인데 장사를 못하고 있는 도넛 가게를 하나 빌려 3~4개월 노력한 끝에 성공적인 가게로 만들어 외국 이민자들에게 2만달러의 웃돈과 한 가지의 조건을 걸고 넘겼다.

그 조건은 앞으로 3년 동안 모든 원부자재는 자기로부터 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가격은 시장 평균가격보다 낮게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 트럭 기사는 100개가 넘는 도넛 가게에서 커미션과 원부자재 납품으로 백만장자가 됐다는 스토리다.

늘 놀라는 사실이지만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은 기회들이 있다.

단지 우리가 그 기회를 자세히 찾아보지 않거나 일상에 매여 쳇바퀴 돌 듯 제자리를 맴돌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너무 먼 곳에서 우리 꿈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득 '길은 여기에'란 책 이름이 생각난다.

우리는 이미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