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이 '슈퍼 글로벌 마켓'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작년 중국의 소비총액은 전년보다 13.7% 늘어난 7조6410위안(약 9500억달러).전 세계 소비시장의 약 5.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에 이은 세계 5위 소비대국으로 등장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쳤다.

세계가 중국 소비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팽창 속도에 있다.

지난 6년간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두 배 넘게 확대됐다.

매년 12∼14%의 증가율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 은행은 중국이 2015년 세계 소비시장의 약 14.1%를 차지,미국에 이은 세계 제2위 소비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세계 소비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세계 소비시장에서의 중국 돌풍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소득 수준 향상이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을 최고의 미덕으로 알던 과거와는 달리 소비 지향의 신인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성장동력을 기존 투자 중심에서 소비 위주로 전환하는 내수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2010년 상하이엑스포 등을 앞두고 각 도시에 초대형 쇼핑몰도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3000만 고급 소비층이 시장주도

2003년은 중국 소비시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때부터 매년 1조위안씩 소비시장 규모가 늘어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때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시장이 급팽창했던 것.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소비시장이 또 다른 도약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 1인당 GDP가 2040달러로 2000달러 고지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저축을 미덕으로 알던 주민들의 경제생활 패턴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2003년 19.2%에 달하던 저축 증가율은 작년 14.6%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9.0%에서 13.7%로 높아졌다.

돈을 벌면 장롱 속에 감춰두는 중국의 오랜 전통은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소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들 소비 지향의 신인류가 중국 소비시장을 달구고 있는 것이다.

중국 소비를 이끄는 주체는 중산층이다.

분석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만 중국에는 현재 3000만명의 고급 소비층과 1억6000만명의 중산층 등 2억명에 육박하는 소비대군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은 작년 10월 '중국의 소득구조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급 소비층(연소득 7000달러 이상)이 2500만∼3000만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전 인구의 약 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전체 인구의 약 0.44%에 해당하는 600만명은 10만달러 이상의 현금자산을 보유한 최고급 소비자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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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차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가 작년 중국에서 70대 팔린 것도 이들 덕택이다.

중국은 작년 일본을 제치고 롤스로이스의 세계 3위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브랜드전략협회는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고 있는 중산층(연소득 2500∼6000달러) 수는 전체 인구의 12%인 1억6000만명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 중국의 가전 정보기술(IT) 주택 레저 등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평면TV,고급 휴대전화,개인용 컴퓨터,주택 등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품과 웰빙으로 소비 고급화

중국인들의 시대별 3대 애호 소비품은 소비 성향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소비품은 자전거 시계 재봉틀 등이었다.

이는 1980년대 컬러TV 등 가전제품,1990년대 휴대폰 등 IT 제품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자동차 주택 보험상품 등이 최고로 인기 있는 소비품으로 등장했다.

그만큼 소비 성향이 고급화됐다는 얘기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 분양에 매입자들이 몰려들고 있고,자동차 판매가 매년 30% 안팎 늘어나는 이유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중국으로 몰려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의 4환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대형 명품 아울렛 매장이 나타난다.

두 개 건물로 이뤄진 이곳은 그야말로 명품 종합백화점이다.

전 세계에서 이름 있다는 브랜드는 안 들어온 게 없다.

이곳 작년 매출액은 9억4000만위안(약 1128억원).2003년 3억위안이었으니까 3년 사이 세 배로 늘어났다.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완원잉(萬文英) 사장은 "40세 이하의 젊은 고객이 주요 소비층"이라며 "명품을 갖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마케팅의 타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TNS에 따르면 중국에선 현재 전 세계 사치품의 12%가 소비되고 있다.

구매율이 매년 10∼20%씩 증가하면서 2016년이면 세계 명품의 25%가 중국에서 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TNS의 조사 결과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로 △의류는 베르사체,샤넬,조르지오아르마니 △시계는 롤렉스,오메가 △자동차는 BMW 페라리 롤스로이스 △양주는 레미마틴 등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브랜드 제품의 시장이 중국에서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도시로 변한 베이징

최근 중국 최대 우유업체인 멍뉴(蒙牛)우유는 작년 매출이 162억위안으로 전년보다 50.2% 늘었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우유는 가정의 필수 소비식품이 아닌 기호식품이다.

그러나 이 우유회사의 매출이 50% 이상 늘어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소비와 생활의 고급화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작년에 33%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시 하이딩구에 있는 진위안옌사(金源燕沙)몰.마치 여러 개의 성을 붙여놓은 것 같은 이 쇼핑몰의 면적은 55만㎡.축구장 77개를 붙여놓은 것과 같은 넓이다.

지상과 지하엔 자동차 10만대를 한꺼번에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상가와 식당 오락실 극장 체육관 등 콤플렉스로 만들어진 이 건물은 엘리베이터만 200대.작년 주말 평균 하루 15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작년 매출은 43억위안(약 5000억원).전년보다 50% 늘어났다.

진위안옌사뿐만 아니다.

베이징의 이곳저곳에 대형 쇼핑몰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달 오픈 예정인 화궈중신은 유리로 된 세개의 대형 건물이 이어진 화려한 외관을 갖고 있다.

700여개의 명품 브랜드가 총집합하는 이 쇼핑몰은 지난 1월 상가 임대가 완료됐다.

올초 베이징 둥다차오루에 들어선 8만㎡ 넓이의 쇼핑몰 스마오톈제(世貿天階·The place)'는 길이 250m,폭 30m의 대형 광고판을 건물과 건물 사이에 매단 독특한 아이디어로 베이징의 명물이 됐다.

작년 말 현재 베이징의 전체 쇼핑몰 면적은 630만㎡.시단몰,소로나,소호 3호점 등 현재 베이징에 짓고 있는 쇼핑몰의 연면적만 100만㎡에 달한다.

베이징 소비자들의 경제활동 형태도 바뀌고 있다.

거주지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나 자동차를 타고 근교의 아울렛 등으로 쇼핑을 나간다.

이는 직장이라는 단위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던 생활 방식의 해체를 뜻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거주지가 직장 내에 함께 있거나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상가 등 편의시설도 집 주변으로 국한됐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자동차로 한 시간씩 걸리는 길을 따라 출퇴근하는 게 보편화하고 있다.

결국 소비의 장소가 직장에서 이탈하고 있고,소득 증가에 따라 좀 더 많이 그리고 좀 더 고급스러운 제품의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