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미국 한인들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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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 지 3일째 되던 지난 18일 오후 2시30분께. 기자는 한국 조기유학생이 많이 다닌다는 뉴저지주의 노던밸리 가톨릭 아카데미를 찾았다.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공립중학교 주차장에 자리를 잡았다. 시간도 남고 해서 중학교 건물사진도 찍었다. 그러자 중학교 경비가 득달같이 달려 나왔다.
"학교 사진을 찍었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뭐하는 사람이냐" "왜 찍었느냐" "이 동네 사느냐" 등을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신분을 확인하고서야 "9·11테러 이후 학교 등 공공건물과 터널 다리 등을 함부로 사진 찍을 수 없다"고 물러섰다. 사진 찍는 걸 본 누군가 신고한 모양이었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동양인이 학교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버지니아공대 사건으로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이상하게 보는 것 아닌가'하는 거였다.
비단 기자만이 아니다. 요즘 미국에 사는 교민과 주재원들은 모두 눈치를 보고 산다. 행여 누가 뒤에서 소리만 질러도 가슴이 덜컹한다. 백인과 눈만 마주쳐도 피하기 급급하다. 자녀들에겐 미국 학생들이 시비를 걸어도 참으라고 신신당부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한인들은 전보다 곱절이나 친절해 졌다. 각 영사관은 한국지사들에 가급적 집단적 골프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행여 있을지 모를 보복을 우려해서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와 언론들은 기우라고 지적한다. 인종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는 거다. 언론들은 조승희씨의 성격형성과정을 파헤치는 한편 총기휴대 허용 문제와 문제학생 관리시스템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속으론 어떨지 몰라도 이민제도를 거론한다거나 조씨가 한국 국적임을 거론하며 인종적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효순·미선양 사건'으로 미국을 집단 따돌림했던 경험을 가진 우리만 전전긍긍하는 꼴이다.
지난 18일 기자의 아내가 자원봉사차 아이 학교에 갔다. 전에는 아는 체도 하지 않던 사무직원이 먼저 인사를 건네더란다. 이를 본 아내의 해석이 걸작이다. "조승희씨 사건을 보고 한국인을 무서워하는 것 아냐." 미국에 사는 교민과 주재원들은 지금 납작 엎드려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학교 사진을 찍었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뭐하는 사람이냐" "왜 찍었느냐" "이 동네 사느냐" 등을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신분을 확인하고서야 "9·11테러 이후 학교 등 공공건물과 터널 다리 등을 함부로 사진 찍을 수 없다"고 물러섰다. 사진 찍는 걸 본 누군가 신고한 모양이었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동양인이 학교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버지니아공대 사건으로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이상하게 보는 것 아닌가'하는 거였다.
비단 기자만이 아니다. 요즘 미국에 사는 교민과 주재원들은 모두 눈치를 보고 산다. 행여 누가 뒤에서 소리만 질러도 가슴이 덜컹한다. 백인과 눈만 마주쳐도 피하기 급급하다. 자녀들에겐 미국 학생들이 시비를 걸어도 참으라고 신신당부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한인들은 전보다 곱절이나 친절해 졌다. 각 영사관은 한국지사들에 가급적 집단적 골프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행여 있을지 모를 보복을 우려해서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와 언론들은 기우라고 지적한다. 인종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는 거다. 언론들은 조승희씨의 성격형성과정을 파헤치는 한편 총기휴대 허용 문제와 문제학생 관리시스템 등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속으론 어떨지 몰라도 이민제도를 거론한다거나 조씨가 한국 국적임을 거론하며 인종적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효순·미선양 사건'으로 미국을 집단 따돌림했던 경험을 가진 우리만 전전긍긍하는 꼴이다.
지난 18일 기자의 아내가 자원봉사차 아이 학교에 갔다. 전에는 아는 체도 하지 않던 사무직원이 먼저 인사를 건네더란다. 이를 본 아내의 해석이 걸작이다. "조승희씨 사건을 보고 한국인을 무서워하는 것 아냐." 미국에 사는 교민과 주재원들은 지금 납작 엎드려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