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날아라 허동구'에서 진한 우정 보여줘

중견배우 정진영과 아역배우 최우혁 주연의 영화 '날아라 허동구'(감독 박규태, 제작 타이거픽쳐스)는 알려지다시피 IQ 60의 지능이 모자란 아들과 그의 아버지의 세상살이를 그린 영화다.

아들이 좋아하는 초등학교를 무사히 졸업시키는 게 목표인 아버지와 반 친구들에게 물을 따라주는 '물반장'을 하며 행복해하는 아들의 모습은 가슴 찡하다.

그런데 '날아라 허동구'가 최근 쏟아지는 부성애를 다룬 영화와 차별되는 점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못지않게 어린이의 우정을 다룬 점. 지능이 모자란 동구와 동구의 짝 준태가 엮어가는 진한 우정이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든다.

동구는 '짝' 준태를 졸졸 따라다니고, 준태는 바보 짝이 자신을 좋아하는 게 싫어 모진 말을 하지만 심장병을 앓고 있는 자신을 위해 운동장 한 바퀴를 더 도는 동구에게 마음을 연다.

야구부에서 물당번이라도 해야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동구를 위해 준태는 전담 코치를 자처한다.

준태가 학급 평균점수를 위해 시험날에는 동구를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는 담임 선생님에게 "인터넷에 이런 사실을 올리겠으니 동구도 시험 보게 해달라"고 말하는 장면은 세상살이에 찌든 어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동구는 "좋아하는 숫자만 쓰라"는 준태의 조언대로 1번만 내리 써 꼴찌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인 28점을 맞아 준태에게 화답한다.

초등학교 4학년으로 출연하는 동구 역의 최우혁은 실제 경기 화성 매송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며, 준태 역의 윤찬은 한 살 위인 서울 은평구 예일초등학교 5학년생.

인터뷰를 위해 한자리에서 만난 두 '배우'는 여느 초등학생처럼 휴대전화 게임을 하며 '킥킥' 웃어대고,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최우혁은 허동구의 갖가지 표정을 지어보이며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고, 윤찬은 준태처럼 의젓하게 우혁을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둘 다 7살 때부터 연예계에 몸담았다고 하니 벌써 경력 4~5년차에 이른다.

최우혁은 '안녕, 형아' '파랑주의보' 출연 등 영화 경력이 만만찮고, 윤찬은 삼성생명 등을 비롯한 각종 CF에 출연해왔으며 영화는 이번이 처음.

장난꾸러기처럼 부산하던 최우혁은 "어떻게 지능이 모자란 동구 역을 해냈느냐"는 질문에 "촬영 전 특수학교에 갔어요.

거기서 현수 형을 만났는데 그 형이 잘 웃고, 먹는 것을 좋아하고, 절대 거짓말을 못해요.

엄청 친해졌거든요.

요즘도 가끔 만나요.

그리고 아기들을 보면 가끔 멍하게 쳐다보고 혼자 웃고 그러잖아요.

동구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아주 의젓한 대답이 솔솔 나왔다.

감독이 '준태는 아웃사이더'라고 말해 '아웃사이더'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윤찬은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엄마가 반항적이고 생각이 많긴 한데 삐딱한 아이라고 말해서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라며 캐릭터 분석 과정(?)을 설명했다.

윤찬이 "기껏 대사를 외워왔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대사를 바꿨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자 촬영할 때 힘든 게 별로 없었다는 최우혁이 "맞아, 맞아"라며 웃는다.

동구와 준태가 왜 서로 좋아했을까, 라고 묻자 둘 다 "짝이니까요"라는 대답이 튀어나온다.

"그냥 짝이니까요, 친구니까 좋아했죠."(최우혁)

"처음엔 싫다고 했지만 짝이니까 그렇게 싫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내 대신 달려주니까 고마운 마음도 생겼을 거고."(윤찬)

아버지 정진영과 함께 발가벗고 고무통 안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선보였던 최우혁은 "영화가 재밌었는데 전 민망하기도 했어요.

목욕하는 장면에서 저만 고추가 나왔잖아요.

아빠는 엉덩이만 나오고…"라며 볼멘 소리다.

실제 친구가 몸이나 정신에 장애가 있어도 그렇게 잘 지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윤찬은 "1학년 때 몸이 불편한 친구가 두 명, 정신에 약간 장애가 있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친구들이 모두 잘 대해줬다"고 말했다.

두 어린 배우는 "연기가 재미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연기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최우혁은 "학교 다니는 것도 재미있지만 촬영도 가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으며 윤찬 역시 "대본 외우는 게 싫었는데 영화를 처음 찍고 나서 완성된 것을 보니까 좋다"고 답한다.

어린 나이지만 벌써 사회의 쓴맛을 봤던 것일까.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묻자 최우혁은 "'압구정 종갓집'에 함께 나왔던 박준규 아저씨요"라고 냉큼 대답한다.

"제가 연기가 잘 안돼 속상해 있는데 박준규 아저씨가 달래주고 위로해주셨어요.

잊을 수 없어요.

참, 물론 정진영 아빠도 좋구요."

최우혁은 지금 최대의 라이벌과 친구로 지내고 있다.

바로 경쟁작인 '눈부신 날에'의 주인공 서신애와 함께 MBC TV 드라마 '고맙습니다'에 출연 중인 것. 서신애의 짝으로 나와 '연기 대결'을 펼치고 있다.

"영화로는 경쟁을 해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친구예요.

하지만 우리 영화가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다운 솔직한 말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